코스피지수가 그리스 지원안 합의 소식에 힘입어 반등에 나섰지만 강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지원안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실적 시즌의 부진한 분위기가 코스피지수 발목을 붙잡았다고 분석했다.

22일 오전 11시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10포인트(0.56%) 뛴 2157.14를 기록 중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유럽연합(EU)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 합의와 일부 기업들의 실적 호조, 양호한 경제지표 등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 가운데 강세로 장을 출발한 지수는 장 초반 2170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상승폭을 줄여 2150선으로 밀려났다.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지만 그 규모가 200억원대에 못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그리스에 민간채권단 기여분을 포함해 1586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원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추가적인 마찰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어 증시가 강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유럽발 재정위기 문제에 대해 궁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로 최근 진행된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며 "그리스 지원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간채권단 참여 방식과 선택적 디폴트(채무불이행) 감수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관망세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와 미국시장의 어닝시즌 분위기에 따라 유럽발 훈풍으로 증시가 달궈진 정도가 차이가 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2분기 어닝시즌은 주요기업이 대부분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양호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어닝시즌의 경우 부진한 흐름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해외 증시보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이유는 LG화학과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표기업의 2분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1분기의 경우 자동차와 화학 대표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보이며 전체 증시 강세를 견인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 기업 영업이익에 대해 기대치가 낮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부진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 시즌을 넘기고 미국 부채한도 상향 조정 문제가 결정되면서 점차 증시는 상승 탄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다음주까지 실적 시즌 클라이막스를 넘기면서 3분기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가 형성된다면 증시 흐름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부채한도 상향 조정 이슈로 인해 미국계 매수세 유입이 둔화된 것으로 풀이되는데 8월2일이 시한이란점에 비춰 8월 초에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물가가 7월에도 고공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는 추가적으로 강화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후 7월 말까지 실적 시즌과 유럽 및 미국 관련 불확실성을 털고 증시가 점차 중국 투자 모멘텀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