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지섭 라온하제 대표 "한국산 반잠수정 '이고', 타이거 우즈도 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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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쓰인 반잠수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한국산 요트로 시장 뒤흔든 30대 CEO
올해 나이 39세로 30대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젊은 CEO' 이지섭 (주)라온하제 대표(사진).
그는 약 10년 전부터 한국산 반잠수정 개발을 꿈꾸면서 스스로 긍지를 가지고 행복하게 일해왔다. 20대 후반부터 운송기기 산업디자이너로 일해온 그는 라온하제를 설립한 뒤 3년 전부터 반잠수정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 대표가 직접 지은 회사이름 라온하제도 '즐거운 내일'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이처럼 그의 머릿속은 모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와 닮아있었다.
라온하제는 현재 전라남도 무안군에 있으며, 요트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 하이쎌의 손자회다. 하이쎌의 자회사인 현대요트가 라온하제의 지분 51%를 보유 중이다.
"라온하제를 발음대로 쓰면 'raonhaje'인데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쉬워요. 아직까지 국내는 해양레저산업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먼저 외국인에게 친숙해질 수 있는 회사명을 골랐죠."
이 대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올초 완성한 반잠수정 '이고'(EGO)가 해외에서 뜨거운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고의 동영상은 지난주말까지 미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서 조회수 32만건을 기록 중이다.
"EGO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4대 보트쇼에 참여한 뒤부터였어요. 갑자기 CNN 등 해외 미디어들이 보트쇼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라온하제의 반잠수정을 다뤘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까지 직접 구매 의사를 밝혀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사려고 대기 중인 'EGO'
EGO는 보트 바닥이 20mm짜리 아크릴 유리창으로 돼 있어 바닷속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보트의 윗부분은 요트 형태로 돼 있다. 마이애미에서 공개된 EGO는 리조트용으로, 개인용은 아니다. 타이거 우즈 역시 개인용 EGO가 나오면 구입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EGO는 두 명이 함께 탈 수 있고, 3.35m 길이의 정 사각형 구조로 두 개의 배터리를 탑재해 시속 9km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 EGO의 전체무게는 3500kg, 최대 적재용량 300kg으로 색상은 모두 7가지(White, Lemon Yellow, Crome Yellow, Pure Red, French Rose, Lime Green, Persian Pink)다. 대당 가격은 약 5000만원이다. 또 배터리 충전식으로 한번 충전하면 크루즈운항 모드에서 8시간을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속도로 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 모(母)회사인 하이쎌은 요즘 줄을 잇는 구입문의와 계약 체결로 쉴 새 없이 바쁘다. 딜러와 구입문의자들은 미국, 유럽, 중국, 중동, 호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0여곳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라온하제는 최근 EGO를 중국지역에서 판매할 딜러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는 8월께 미국, 호주, 중동 등지의 딜러들과도 계약이 예정돼 있구요. 특히 호주의 경우 산호초 관리를 EGO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까지 들어왔어요. 호주에서는 여지껏 산호초 관리를 잠수부가 하고 있는데 이를 EGO로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죠.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되면 호주 전역을 누비는 EGO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언론의 집중 보도가 계속될 예정이다. 10월에 참가할 예정인 미국 최대의 보트쇼 '포트로드더데일보트쇼(fort lauderdale international boat show)'에 맞춰 CNN이 약 40분 분량의 엣지오브디스커버리(edge of discovery)라는 코너를 통해 방영하기 위해 촬영 요청을 해왔다.
◆ 예상 밖 인기…"사실 정부지원이 마이애미에 다리를 놓아준 셈이죠"
해양레저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만든 반잠수정이 이렇게까지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이 대표 본인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렇게 되기까지 전라남도 등 정부의 지원이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EGO는 현대요트의 자회사인 라온하제에서 개발하고, 양산은 현대요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요. 현대요트가 인천시 화성 인근에 공장을 임대해 생산라인을 세웠고 이미 일부 계약 건에 대한 양산이 시작됐죠. 그러나 마이애미 보트쇼에 진출하기까지 정부의 지원이 정말 큰 역할을 해줬죠."
이 대표에 따르면 라온하제는 전라남도 무안에 회사를 설립한 뒤 정부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받아왔다. 해양레저 등 조선분야 차세대 기술개발은 정부의 육성사업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확보하고 있는 마케팅 관련 비용을 지원해 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비용으로 마이애미 보트쇼에 가서 부스를 마련해 EGO를 공개할 수 있었죠."
◆"정보와 기술인력 그리고 정부의 육성의지가 절실하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인 해양레저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와 기술력, 정부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요. 다만 그 방향이 요트 마리나 건설 쪽에 다소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보여 안타까운 점도 있습니다."
요트마리나는 자동차산업과 비교하면 일종의 도로건설이라는 설명. 도로가 많이 세워졌다고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승용차로 그 도로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웃돌면 요트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시장 규모도 48조원 정도로 상당히 크죠. 각국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요트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늦었지만 발빠르게 요트사업의 발전을 위해 서둘러 준비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대만은 남부 항구도시 카오슝에 45만㎡ 이상의 '신다요트산업단지'를 조성 중이고, 태국도 2500만 달러를 투입해 푸켓에 아시아 대표 요트항이 될 '로열 푸껫 마리나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이다.
"요트산업은 전후방 경제효과가 커 흔히 자동차 산업과 비교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입지조건은 물론 조선사들의 기술력, 정보기술(IT) 기술력 등을 종합해보면 향후 요트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현재 국내 요트제조업체는 5~6 곳에 불과하죠. 또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마리나 건설 등을 통한 기반시설 확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트산업의 기반이 될 기술인력과 요트업체를 키우려는 정부 차원의 치밀한 전략과 지원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내 요트산업을 바라보는 해외의 '불편한 시선'을 전해왔다.
"해외에선 아직 한국산 요트에 대해 품질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EGO에 역시 한국산이 아닐 것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었어요. 국내 투자기관을 비롯한 지원단체들도 향후 요트사업의 성공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요."
라온하제는 오는 10월 미국 최대의 보트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요트산업에 있어서 보트쇼는 가장 큰 유통시장이자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세계 보트쇼에 적극적으로 다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 요트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 한국산 요트로 시장 뒤흔든 30대 CEO
올해 나이 39세로 30대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젊은 CEO' 이지섭 (주)라온하제 대표(사진).
그는 약 10년 전부터 한국산 반잠수정 개발을 꿈꾸면서 스스로 긍지를 가지고 행복하게 일해왔다. 20대 후반부터 운송기기 산업디자이너로 일해온 그는 라온하제를 설립한 뒤 3년 전부터 반잠수정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 대표가 직접 지은 회사이름 라온하제도 '즐거운 내일'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이처럼 그의 머릿속은 모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와 닮아있었다.
라온하제는 현재 전라남도 무안군에 있으며, 요트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 하이쎌의 손자회다. 하이쎌의 자회사인 현대요트가 라온하제의 지분 51%를 보유 중이다.
"라온하제를 발음대로 쓰면 'raonhaje'인데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쉬워요. 아직까지 국내는 해양레저산업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먼저 외국인에게 친숙해질 수 있는 회사명을 골랐죠."
이 대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올초 완성한 반잠수정 '이고'(EGO)가 해외에서 뜨거운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고의 동영상은 지난주말까지 미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서 조회수 32만건을 기록 중이다.
"EGO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4대 보트쇼에 참여한 뒤부터였어요. 갑자기 CNN 등 해외 미디어들이 보트쇼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라온하제의 반잠수정을 다뤘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까지 직접 구매 의사를 밝혀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사려고 대기 중인 'EGO'
EGO는 보트 바닥이 20mm짜리 아크릴 유리창으로 돼 있어 바닷속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보트의 윗부분은 요트 형태로 돼 있다. 마이애미에서 공개된 EGO는 리조트용으로, 개인용은 아니다. 타이거 우즈 역시 개인용 EGO가 나오면 구입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EGO는 두 명이 함께 탈 수 있고, 3.35m 길이의 정 사각형 구조로 두 개의 배터리를 탑재해 시속 9km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 EGO의 전체무게는 3500kg, 최대 적재용량 300kg으로 색상은 모두 7가지(White, Lemon Yellow, Crome Yellow, Pure Red, French Rose, Lime Green, Persian Pink)다. 대당 가격은 약 5000만원이다. 또 배터리 충전식으로 한번 충전하면 크루즈운항 모드에서 8시간을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속도로 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 모(母)회사인 하이쎌은 요즘 줄을 잇는 구입문의와 계약 체결로 쉴 새 없이 바쁘다. 딜러와 구입문의자들은 미국, 유럽, 중국, 중동, 호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0여곳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라온하제는 최근 EGO를 중국지역에서 판매할 딜러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는 8월께 미국, 호주, 중동 등지의 딜러들과도 계약이 예정돼 있구요. 특히 호주의 경우 산호초 관리를 EGO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까지 들어왔어요. 호주에서는 여지껏 산호초 관리를 잠수부가 하고 있는데 이를 EGO로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죠.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되면 호주 전역을 누비는 EGO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언론의 집중 보도가 계속될 예정이다. 10월에 참가할 예정인 미국 최대의 보트쇼 '포트로드더데일보트쇼(fort lauderdale international boat show)'에 맞춰 CNN이 약 40분 분량의 엣지오브디스커버리(edge of discovery)라는 코너를 통해 방영하기 위해 촬영 요청을 해왔다.
◆ 예상 밖 인기…"사실 정부지원이 마이애미에 다리를 놓아준 셈이죠"
해양레저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만든 반잠수정이 이렇게까지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이 대표 본인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렇게 되기까지 전라남도 등 정부의 지원이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EGO는 현대요트의 자회사인 라온하제에서 개발하고, 양산은 현대요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요. 현대요트가 인천시 화성 인근에 공장을 임대해 생산라인을 세웠고 이미 일부 계약 건에 대한 양산이 시작됐죠. 그러나 마이애미 보트쇼에 진출하기까지 정부의 지원이 정말 큰 역할을 해줬죠."
이 대표에 따르면 라온하제는 전라남도 무안에 회사를 설립한 뒤 정부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받아왔다. 해양레저 등 조선분야 차세대 기술개발은 정부의 육성사업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확보하고 있는 마케팅 관련 비용을 지원해 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비용으로 마이애미 보트쇼에 가서 부스를 마련해 EGO를 공개할 수 있었죠."
◆"정보와 기술인력 그리고 정부의 육성의지가 절실하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인 해양레저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와 기술력, 정부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요. 다만 그 방향이 요트 마리나 건설 쪽에 다소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보여 안타까운 점도 있습니다."
요트마리나는 자동차산업과 비교하면 일종의 도로건설이라는 설명. 도로가 많이 세워졌다고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승용차로 그 도로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웃돌면 요트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시장 규모도 48조원 정도로 상당히 크죠. 각국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요트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늦었지만 발빠르게 요트사업의 발전을 위해 서둘러 준비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대만은 남부 항구도시 카오슝에 45만㎡ 이상의 '신다요트산업단지'를 조성 중이고, 태국도 2500만 달러를 투입해 푸켓에 아시아 대표 요트항이 될 '로열 푸껫 마리나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이다.
"요트산업은 전후방 경제효과가 커 흔히 자동차 산업과 비교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입지조건은 물론 조선사들의 기술력, 정보기술(IT) 기술력 등을 종합해보면 향후 요트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현재 국내 요트제조업체는 5~6 곳에 불과하죠. 또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마리나 건설 등을 통한 기반시설 확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트산업의 기반이 될 기술인력과 요트업체를 키우려는 정부 차원의 치밀한 전략과 지원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내 요트산업을 바라보는 해외의 '불편한 시선'을 전해왔다.
"해외에선 아직 한국산 요트에 대해 품질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EGO에 역시 한국산이 아닐 것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었어요. 국내 투자기관을 비롯한 지원단체들도 향후 요트사업의 성공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요."
라온하제는 오는 10월 미국 최대의 보트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요트산업에 있어서 보트쇼는 가장 큰 유통시장이자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세계 보트쇼에 적극적으로 다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 요트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