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자영업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영업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국 15개 자영업소를 대상으로 한경자영업지원단 소속 전문가들을 파견,4개월간 컨설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컨설턴트와 점주가 한마음으로 성공점포 만들기에 나선 결과 상당수 점포의 매출 실적이 컨설팅 이전보다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 중 성과가 뛰어난 점포를 중심으로 변화된 모습을 매주 월요일자 '자영업길라잡이'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서울 인헌동 원당시장 안에서 막걸리주점을 하던 '대박전집'은 4개월간의 멘토링을 통해 점포 컨셉트와 매장 내부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막걸리주점이 부침 전(煎) 판매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점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점심 메뉴를 대폭 보강,비빔냉면과 물냉면을 선보이면서 골목시장 상인들의 주문이 늘었다.

매장 배치도 180도 바뀌었다. 매장 안쪽에 자리잡았던 주방을 전면으로 이동,맛있는 음식의 모양새와 냄새를 가게 앞을 지나는 행인들이 시각과 후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박은자 사장(47)은 "주점 시절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체력소모가 심했는데 지금은 점심과 전 판매를 위주로 영업하니까 힘이 덜 드는 데다 매출은 오히려 2배 정도 뛰어 하루 평균 20만원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영업여건은 열악했다. 우선 매장이 비좁다. 33㎡(10평)가 채 안 된다. 골목시장 안이지만 메인 통로에서 떨어져 있어 장보는 주부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려면 매장 안팎을 재단장해야 하지만,투자할 돈이 전혀 없었다.

조리,손님응대,매장관리,식재료 구입 등을 혼자서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인건비도 겁나지만 골목시장 영세점포에서 일하려는 종업원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여서다. 본인은 술 한잔 못하는데,밤 12시가 넘어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 골치 아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담당 컨설턴트인 이종호 외식창업문화연구소장이 맨 먼저 착수한 일은 모든 조리법을 레시피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레시피에 따라 양념과 국물을 만들면 일관된 맛을 낼 수 있고,시간도 절약돼 혼자서 가게를 꾸려야 하는 박 사장에겐 큰 도움이 됐다.

이 소장이 서울시내를 뒤져 찾아낸 냉면 대박집에서 벤치마킹한 냉면류를 점심 메뉴로 선보인 것은 매출 증대의 기폭제가 됐다. 박 사장은 "골목시장 상인들이 전화로 주문한 뒤 자기 가게로 가져가 먹고 빈 그릇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냉면 양념과 육수도 레시피에 따라 짬날 때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이렇게 하지 않으면 혼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낮 시간에는 전을 구워 소포장으로 점포 앞 매대에 내놓는다. 매대 한쪽에는 홍어회 무침과 고추전,육전,꼬치전 등을 진열해 행인들의 후각을 자극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소포장 판매는 인근 주택가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박 사장은 "이 소장이 직접 사다준 대바구니와 기름 거름종이 위에 전을 올리고 손님들에게 내놓았더니 손님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거름종이를 깔면 전이 식어 느끼한 맛을 내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깔끔하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아직도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쓰더라도 아르바이트 종업원을 구하는 게 급선무다. 조리와 서빙을 혼자서 하다 보면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재방문하지 않는 탓이다. 이 소장은 '알바'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에 등록할 것을 권유했다.

가게 옆 골목길이 관악산 등산로로 가는 길목이어서 주말 등산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이 소장은 덧붙였다.

그는 냉면 외에 점심 메뉴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장보러 온 아주머니들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셀프 보리비빔밥' 코너를 설치하라는 주문이다. 이 소장은 "종업원만 구할 수 있다면 보리비빔밥은 당장 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조언했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담당 컨설턴트=이종호 외식창업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