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그리스 추가 지원 방안에 합의한 데 대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단 한숨은 돌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면서 당분간은 시장의 우려가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민간투자자들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공식 반응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데다 재정 위기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근본적인 위기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 발리는 "이번 합의는 그리스와 주변국들에 가능한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국가들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고 위기 확산의 위험을 줄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시장은 문제의 국가들이 앞으로의 도전과제에 계속 잘 대응해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신흥시장 글로벌 책임자 윈 틴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 방안은 폭탄이 가득 든 깡통을 길바닥에서 다른 곳으로 차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리스가 이런 혜택에 안주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 의 권한이 확대된 데 대한 회의적 분석도 나왔다. 런던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너선 로인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약이 충분한 규모의 구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해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