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은행 외국지점의 금융거래 서버자료를 확보한 시도상선의 탈세의혹 수사 사건.이 사건 수사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의 정보기술(IT) 전문지식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 해당 서버들이 은행 자회사 등 국내에 있다는 점을 수사과정에서 확인하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

검찰은 지난 17일 시도상선이 선박을 발주한 울산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경남 진해의 STX조선해양을 압수수색했고 22일에는 STX조선해양의 배모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 금융수사에서 IT 지식이 사건을 푸는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전산망이 갈수록 확대되고 각종 범법 행위가 이와 관련해 일어나면서 IT를 모르고서는 금융 비리를 제대로 파헤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도상선 탈세 의혹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부장검사부터 IT 전문가로 꼽힌다. 이성윤 부장검사는 2009년 휴대폰 수사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2008년 광주지검 특수부에 재직할 당시에는 '휴대전화 수사 연구회'를 이끌기도 했다.

금조2부 산하 검사와 수사관들도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수시로 IT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전문지식을 쌓고 있다. 'ELW 부정거래' 수사에서는 증권사들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에게 전산적 특혜를 제공한다는 의혹을 파헤쳤다. 디지털포렌식센터 수사관들이 이 사건에서도 압수수색에 동참했다. 이들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진행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도 영업 정지 전 사전인출 데이터를 조사했다. 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수사한 '농협 해킹' 사건도 금융과 IT가 밀접히 연관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IT 지식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전문지식을 쌓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디지털포렌식센터가 검찰 수사관들을 상대로 1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IT 교육과정은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IT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쌓고 금융수사를 담당한 수사관들은 김앤장 등 국내 대형 로펌에서도 높은 몸값으로 데려간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안성수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부장검사)은 "수사관뿐만 아니라 금융수사 분야 검사들을 상대로 IT 교육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