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외부 단체'들이 잇달아 부산 영도조선소를 방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진중공업 노사가 한 달여 만에 교섭을 시작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22일 부산 봉래동 영도조선소 회의실에서 노사교섭을 위한 사전협의 모임을 갖고 그동안 논의하지 못했던 2009년,2010년 임단협 후속 협의와 정리해고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27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노사협의이행 합의서'를 조인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렸다.

이날 협상에는 사측에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과 양민석 생산담당 상무 등 6명이,노측에서는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 등 6명이 각각 협상대표로 참가했다. 노사협의에서는 양측의 요구사항이 큰 차이를 보였지만 일단 노사가 현안 문제를 확인하고 노사 간사를 선정해 '대립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 일정과 내용 등을 의논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노조 측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임단협과 정리해고 문제 등을 논의할 노사협의회에 금속노조가 참가하며 임단협과 정리해고문제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노동관계법 상 한진중공업의 상위단체인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등을 협의하는 노사협의회에 참가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지만 임단협에는 참가가 가능한 노사협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리해고를 포함한 노사협의와 임단협 문제는 따로 분리해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교섭에 참가한 회사 측 관계자는 "노사합의가 끝나고 후속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정치권 등 외부세력들이 개입해 노사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노사갈등과 외부세력이 더 개입되면 회사 정상화가 힘들 수도 있는 만큼 일단 회사 내에서라도 노사협상을 계속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리해고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노조원들 및 회사 측과 협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영도조선소는 이날 노사협상이 다시 시작됐지만 여전히 초긴장 상태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에 오른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 씨의 고공농성 200일을 맞아 24일 각계 인사 200명('정리해고 반대버스' 지지 외부인사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30일에는 2만명이 참가하는 3차 '정리해고 반대버스'가 방문할 예정인 반면 영도주민은 방문단을 막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