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그리스 2차지원 합의] 사르코지 "EFSF, 유럽판 IMF로 확대 개편"…위기 전염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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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SF에 국채매입·예방적 자금지원 허용
은행 등 민간 채권단 첫 참여…투자손실 분담
피치 "제한적 디폴트 후 신용등급 올릴 것"
은행 등 민간 채권단 첫 참여…투자손실 분담
피치 "제한적 디폴트 후 신용등급 올릴 것"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21일(현지시간) 진통 끝에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에 전격 합의한 것은 그리스 문제를 더 끌다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인접 국가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채무의 불이행을 뜻하는 선별적 디폴트를 각오하면서 민간 채권단까지 손실을 떠안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유로존 국가들은 지역 내 금융안정 체제인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을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강력한 금융지원 기구로 위상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주목된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에 대해 일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불투명해 뇌관은 아직 살아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유로존안정기금 유럽판 IMF로 확대
유로존이 이날 내놓은 그리스 2차 구제안은 총 1586억유로 규모다. 지난해 결정한 1차 지원액 1100억유로는 물론 당초 2차 지원분으로 예상했던 1200억유로를 웃돈다. 2차 지원금 중 1090억유로는 유럽연합(EU)과 IMF가 맡고,은행을 비롯한 민간 채권단이 그리스 국채 환매와 만기 연장 등을 통해 2014년 중반까지 496억유로를 지원한다.
민간 채권단이 지원안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해 그리스 재정위기 발발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은행권이 그리스 최대 민간채권단이다. 특히 유로존은 EFSF를 IMF에 버금가는 기구로 키워 그리스 2차 지원 계획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독일과 함께 이번 합의안 도출을 주도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후 "유럽통화기금(EMF) 체제를 시작하는 것에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FSF를 '유럽판 IMF'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채권 발행과 대출 등에 국한됐던 EFSF의 역할이 국채 직접매입과 예방적 성격의 자금 지원 등으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회성 자금지원으로 사태 확산을 막기에 급급했던 유로존이 중장기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뜻이다. EFSF는 그리스 채권 만기를 15년 또는 최대 30년까지 연장하고 연 4.5~5.8%인 상환 금리를 3.5%로 낮출 계획이다. 금리 인하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도 적용된다.
◆신용평가사 대응과 후폭풍 여부가 관건
무디스 등 신평사들은 그동안 민간 채권단이 구제금융에 참여할 경우 선별적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신평사가 그리스에 디폴트 등급을 부여하면 서방의 선진국으로서는 60년 만의 첫 사례가 된다. 유로존은 이날 성명에서 "민간 채권단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신평사의 선별적 디폴트 경고를 사실상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은 신평사들이 그리스에 대해 선별적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만기가 돌아온 채권 가운데 일부만 일시적으로 상환을 미루고,EFSF 등의 구제금융으로 나머지 채권을 상환하거나 채무를 재조정하면 곧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선별적 디폴트는 그리스 국채 자체가 아니라 채권을 발행한 그리스에 대해 취해지는 것이고,2차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일시적으로 '제한적 디폴트(RD)' 등급으로 낮춘 후 투기 등급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유로존 정상들의 합의 결과는 유로존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대형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손실을 떠안을 경우 부담 규모가 2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