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업체 사장ㆍ장애인 치과醫…'아름다운 납세자' 첫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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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김창기 씨 등 33명
'성실납세ㆍ나눔실천' 시상
'성실납세ㆍ나눔실천' 시상
제주도에서 세탁업체인 한라산업을 운영하는 김창기 대표(44)는 1990년대 호텔 세탁 물량을 대량으로 수주하면서 지역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사업가'로 불렸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때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공장을 증설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온 설비 리스료가 두 배로 치솟고 제주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사업이 휘청거렸다.
빚은 순식간에 20억원을 넘어섰고 납부하지 못한 세금도 10억원이나 됐다. 이런 와중에도 김 대표는 세무서에 체납세금 징수유예를 신청해 주기적으로 분할 납부하는 방법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매달 장애인 치매 환자 시설을 방문해 청소 세탁 및 식사 제공 등의 봉사활동도 했다. 다행히 경기가 살아나면서 김 대표의 사업은 다시 정상화됐고 장애인을 75% 이상 고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받았다.
마산에서 치과병원을 하는 박윤규 씨(46)는 철도공무원으로 일하던 19세 때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는 열차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박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4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치과를 개원하고 나서는 덤으로 사는 제2의 인생이라 여기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와 나눔을 적극 실천했다. 가정이 어려운 대학생 2명에게 남모르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박씨는 소득세 신고에서도 최고의 성실도를 보였다. 국세청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 납세로 모범을 보인 33명을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하고 22일 서울 수송동 본청 대강당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아름다운 납세자 상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세금 납부를 회피하지 않고 사업에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나 감동과 희망을 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국세청은 국민 추천제를 통해 추천된 295명과 일선 세무서에서 사회공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납세자를 대상으로 납세실적 등 성실도와 사회공헌 내용을 검증한 뒤 공적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들은 제조 의료 음식 축산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중소 규모 사업을 하는 납세자다. 특히 절반 이상인 17명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당,프랜차이즈 점포 등 소상공인이다.
국세청은 수상자들에게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정부 각 기관의 물품 및 용역 구매 심사 때 가점 부여 △신용보증기금 보증심사 우대 △대출금리 우대 및 소액 무담보 대출 등 다양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10~20분이면 출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는 공항 출입국 전용심사대 카드도 다음달 중으로 발급해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수상자들의 모습과 사회공헌 내용을 담은 '아름다운 납세자 상 게시판'을 국세청 1층 조세박물관 안에 설치해 학생 등 미래 세대의 세금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