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텃밭인 서울의 이른바 '강남벨트(강남 · 서초 · 송파구)'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 공천 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텃밭 물갈이를 통해 공천 혁명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한나라당의 총선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강남벨트부터 참신한 인물로 전략공천을 해 선거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전략이 깔려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2일 "야당에서 강금실 같은 인사들을 내세워 강남벨트를 허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이곳이 한나라당으로선 안전벨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중진의 대거 퇴진과 참신한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돌파했던 1996년 15대 총선과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공천 모델을 내년 총선에서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는 "이미 여권 일각에선 범강남권이라고 볼 수 있는 강남 서초 송파 분당 양천 10개 지역구를 전략공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효석 민주당 의원(전남 담양 · 곡성 · 구례)의 수도권 출마 선언과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서울 양천갑)의 총선불출마 선언은 강남벨트의 공천혁명을 재촉하고 있다.

청와대가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발굴해 강남벨트와 영남지역 등에 전략공천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한나라당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력인사들이 대거 이 지역구에 눈독을 들이면서 벌써부터 물밑 공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벨트 중 가장 경쟁이 심한 곳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공성진 전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을이다. 공 전 의원은 지난 6월 불법정치자금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사는 10여명에 이른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이동관 언론특보,박형준 사회특보,유인촌 문화특보,정진석 전 정무수석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비례대표인 나성린 원희목 정옥임 조윤선 배은희 의원 등이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조윤선 의원 등은 역시 '노른자위'로 꼽히는 양천갑에도 거론된다.

한 소장파 의원은 "재선인 이종구 의원이 버티고 있는 강남갑이나 서초지역에도 눈독을 들이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이나 유력 기업인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며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는 올해 말이 되면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에선 강남이나 서초 지역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략공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남벨트를 노리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인사를 당 마음대로 공천을 줬을 땐 강남벨트도 안심할 수 없다"며 "경선을 통해 유권자 스스로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