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일본…票만 노린 '퍼주기'에 대지진 복구 못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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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민주당 '포퓰리즘' 사과
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화려했다. 각 가정 자녀들에게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달 2만6000엔(3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속도로 요금 무료화 △대학 장학금 대폭 확대 △고교 실질 무상화 △월 7만엔 최저보장연금제 실시 △중소기업 법인세 11% 인하 △농어민 소득보장제 실시 등 유권자들이 뿌리치기 힘든 장밋빛 공약을 남발했다.
민주당이 이런 핵심 공약의 잘못을 자인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은 일본 경제의 체력이 더 이상 총선 공약을 뒷받침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일본 경제는 대지진과 원전 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복지예산 증액을 뒷받침하기엔 재정도 턱없이 열악하다. 일본의 총 국채 발행규모는 올해 말이면 1000조엔(1경30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이다. 거기다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의 필요성도 커졌다. 한때 소비세 등을 올리는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반발에 부딪쳐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적자 국채 발행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재해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지만 자민당 등 여당의 반발에 부딪쳤다. 지진복구 작업마저 실패하면 민주당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총선 공약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