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26년前 신고 싶던 '풋조이' 우리 기업이 인수하다니…"
휠라코리아 미래에셋PEF(사모투자전문회사) 산업은행이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아큐시네트 인수 금융지원 서명식.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이 가득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도 들떠 있었다. 세 사람이 앉은 헤드테이블에선 연방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행사는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가 협력해 아디다스 캘러웨이 등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타이틀리스트'(골프공 세계 1위),'풋조이'(골프화 및 골프장갑 세계 1위),'스카티카메론'(최고급 퍼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골프용품 업체인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는 '거사'를 이뤄낸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PEF는 이 회사를 12억2500만달러에 이달 말 최종 인수한다.

◆"풋조이는 언감생심이었는데"

강 회장은 공식 행사 전에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1985년 미국에서 재무관을 지낼 때 골프를 배웠는데,300달러짜리 풋조이 가죽 골프화를 정말로 신어 보고 싶었다"며 "당시 내 형편으로는 살 수 없었고 몇 년 뒤 미국 출장길에 거금을 주고 하나를 샀다. 그런 신발을 만드는 회사를 우리 기업들이 인수하다니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벌써부터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마케팅에 열을 올려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OB가 나거나 슬라이스가 나는 분은 볼을 바꿔보라"며 "두어 달 전에 클럽을 바꿨는데 정말 명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는 미국 골프 산업계에서도 상징적인 브랜드"라며 "미국 상류층 대부분은 풋조이를 신고 타이틀리스트 볼을 쓴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아시아시장 집중 공략

아큐시네트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을 직접 챙기게 될 윤 회장은 중국 등 아시아 골프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윤 회장은 "오늘 오전에 월리 울레인 아큐시네트 최고경영자(CEO)가 이메일을 보내왔다"며 "두달 전 '휠라가 인수한 뒤로 장사가 더 잘된다'고 했다.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얼마 전 미국 아큐시네트 본사를 방문해 이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찬찬히 뜯어봤다"며 "휠라코리아의 인수로 아큐시네트가 앞으로 더욱 강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아시아의 골프 인구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사로잡을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도 할 계획"이라며 "제품 소싱 측면에서 중 · 저가인 '피나클' 골프공을 중국 등지에서 만들어 원가를 낮추는 방안도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레인 CEO를 비롯한 아큐시네트의 현 경영진은 유임시킬 방침"이라고도 했다.

◆강만수,전광우 막후서 역할

이날 행사장에선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강 회장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막후 역할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미래에셋PEF에 2억달러를 출자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강 회장과 전 이사장이 이번 인수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 공감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미래에셋PEF가 조달한 5억2500만달러 가운데 2억달러를 출자했고 강 회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전 이사장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은 향후 중국 골프 시장의 잠재력과 일본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인수에 뛰어들었는데,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자금 조달에 잠시 문제가 생겼다"며 "강 회장이 막힌 돌파구를 뚫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류시훈/서정환/오상헌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