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기본,적금이 돌아왔다. 주식도,부동산도 딱히 재미를 보지 못하는 지루한 시장이 이어지면서 '한방'을 노리는 재테크 추세 대신 '티끌 모아 태산'을 기대하는 적금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5월 말 기준 예금취급 금융회사들의 정기적금 총 규모는 22조2080억원.작년 말보다 2050억원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적금 가입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돼 은행들의 적금금리가 오른 데다 시중은행들도 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상품을 설계해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적금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7%인 경우도 나온다. 다만 교묘하고 까다롭게 설계된 각종 금리의 조건들을 잘 살펴보는 것은 소비자 몫이다.

◆적금 · 카드 연계상품 화제

최근 화제의 적금상품은 우리은행의 '매직7 적금'이다. '최고 연 7.0% 파격적 이율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끈다. 지난 4일부터 21일까지 13영업일 만에 11만988계좌가 팔렸다. 1조1406억원어치(계약액 기준)다.

높은 금리의 비밀은 카드 사용과 적금금리를 연계한 데 있다. 연 4.0% 기본금리에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만큼 추가금리를 주는 식이다. 광고대로 연 7%를 다 받으려면 월 적금납입액이 25만원 이하이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보다 500만원 늘어야 한다. 소비를 몇 백만원 늘려 적금금리를 몇 만원 더 받는 셈이니 금리에만 혹할 일은 아니지만,어차피 큰 돈 쓸 일이 있는 경우라면 고려할 만하다.

적금이 돌아왔다…우리은행 '매직7' 13일만에 1조어치 판매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도 질세라 카드 · 적금 연계상품을 내놨다. 'KB굿플랜적금'에 가입하고 'KB국민 굿플랜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이용금액의 20%(월 최대 30만원)가 카드 결제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에서 적금 통장으로 자동이체된다. 쓴 돈에 비례해 적금을 늘리는 것으로,소비를 늘리면 저축을 못하는 점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굿플랜적금은 1년 만기 자유적립식이며 연 4.0% 이자를 준다. 굿플랜카드 사용금액의 일정액(최고 5%)과 적금 납입금액의 일정액(6%)을 '금융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도 '씨크릿카드'를 이용하면 매달 최대 5%의 카드 포인트가 '씨크릿적금' 계좌에 자동 이체되는 상품을 내놨다.

◆장기기증 등록하면 최고 연 5.9%

여러 명이 공동 가입하면 추가 금리를 주거나 장기기증 등록 등 특별한 조건을 맞추면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이색 상품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농협의 '채움 같이의 가치 적금'은 다른 사람과 함께 가입하면 최고 연 0.8%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국민은행의 'KB국민 프리미엄 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4.2%인데 5명 이상이 단체로 가입하면 최고 연 0.9%포인트(3년 만기 가입시)까지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급여이체나 카드이용 실적이 있으면 3년 만기 가입시 최고 연 5.4% 금리가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장기기증 등록을 하면 추가 금리를 주는 '바보의 나눔 적금'을 내놨다. 3년 만기 기본 금리가 연 4.7%로 비교적 후하다. 장기기증 등록을 하면 0.5%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는 등 최고 연 5.9%까지 바라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자녀 수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IBK탄생기쁨 적금'을 선보였다.

적금 가입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9월30일까지 적립식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목돈마련 적금,더블 이벤트'를 한다. '적금 · 청약' 세트와 '적금 · 펀드' 세트로 구성된 적립식 패키지 가입 고객을 추첨해 100만원 적금 · 펀드 통장(2명) 등 606명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저소득층은 우체국적금 '유리'

저소득층 · 저신용층 대상으로 후하게 설계된 상품도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더불어자유적금'은 1년 만기의 경우 금리가 연 6%,2년 만기는 7%,3년 만기는 7.4%로 매우 높다. 다만 가계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4인가족 기준 월 215만원) 이하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여야 한다. 우체국은 이외에도 신용등급 7~10등급 저신용자에게 연 7% 특별 우대금리를 주는 '새봄자유적금'도 판매하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적금 금리가 더 높지만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보호하는 예금 한도인 5000만원(이자 포함 금액)까지 돈을 넣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문제가 생겨 영업중지 사태가 나더라도 2000만원까지는 곧바로 원금과 이자를 가지급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