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의 둥근 공에서 나오는 소리로 에덴동산을 형상화했습니다. 기쁨이 형성되는 과정을 소리로 묘사한 공연이지요. 보수적인 강남 사람들에게 아방가르드 아트를 보여주고 싶어요. "

오는 28일 강남구민회관에서 '강남 인터내셔널퍼포먼스 & 아트페스티벌'행사를 여는 심영철 수원대 교수(54 · 사진)는 "관객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개방 예술을 통해 고급 문화예술의 중심지에 아방가르드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조소과와 미국 UCLA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0년대부터 버섯 이미지를 차용해 3차원 영상과 홀로그램,터치 스크린,전자 음향,유리 등으로 설치작업 '전자 정원' 시리즈를 발표해왔다. 2007년 중견 여성 미술가들에게 주는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조각 · 설치 작업 등으로 확장시켜왔다.

'에덴동산'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그를 비롯해 마틴 렌테리아,농 그라타,한빙,루벤스,김은영,에쉬&나바 등 5개국 7개팀의 작가가 퍼포먼스를 펼친다.

"몸의 행위나 제스처는 제가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에덴동산에 대한 동경을 작품에 끌어들인 것이죠.1950~1960년대를 풍미하던 잭슨 플록의 액션 페인팅을 더 확장하고 재해석해낸 작업이라고 할까요. "

심씨의 퍼포먼스 작품은 '소리의 형상'.둥근 공에서 나오는 천상의 소리에 억압과 편견,부자유로부터의 해방과 구원을 담아냈다. 그는 순수와 대중,고급과 저급의 서열적 구분을 극복하기 위한 탈경계 의지로 대중성과 표현성을 중시하고 멀티미디어와 같은 전자적 대중 소통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영적인 세계와 육체에 속한 것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그는 "아무 의미없이 들리는 소리나 현란한 색깔의 흔적을 행위예술로 잡아내면서 현대인들의 반문화적인 현상을 비춘다"고 말했다. 소통이 차단된 반문화적 언어를 통해 현대인의 속성을 채집한다는 것이다. 그의 퍼포먼스는 작품 경향으로 볼 때 사운드 아트의 면모를 드러낸다.

어린 시절 무용 콩쿠르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발레리나의 재능을 갖춘 그는 미술,몸짓,음악을 통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전을 할 때마다 퍼포먼스를 합니다. 조형적,음악적인 요소를 통해서도 해소할 수 없는 것은 퍼포먼스로 표현하죠.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무용 요소가 동원됩니다. 모든 에너지를 행위예술로 표현하는 거죠."

그는 오감을 충족시키는 요소가 음악,미술,무용의 통합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8개월 동안 작업에 매달렸다는 그는 "행위예술에 대한 문화적 프리즘을 더 넓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