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으로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이 근거로 내세운 법규는 자본시장법이 아니라 민법이다. 검찰 수사에서 D증권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이 법 177조에서는 시세조종 행위자는 투자자 손실을 배상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민법에 기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자본시장법의 손해배상 조항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금융파생상품 시세조종 건에는 무력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품 매매가 이뤄진 후 주가 등 기초자산의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에 대해 마땅한 배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177조에서는 시세조종 행위를 벌인 자는 그로 인해 형성된 가격에 따라 주식 등을 거래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토록 하고 있다.

일단 시세조종 행위가 일어난 후에 벌인 거래에 대해 배상케 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ELS 사건에서는 D증권 등 4개 증권사 직원들이 ELS를 판매한 후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투자자들에게 줘야 하는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유했던 해당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ELS 거래가 먼저 있고 시세조종은 그 후인 셈이다.

자본시장법 177조 적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당사자가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 방해받은 상대방은 성취를 주장할 수 있다'는 민법 150조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를 배상토록 정하고 있는 민법 750조를 적용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재판부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D증권 사례에서도 같은 법원에서 한 재판부는 투자자 승소로,다른 재판부는 증권사 승소로 판결했다. 민법으로 소송할 경우 집단소송도 불가능하다.

투자자 한 명이 승소하면 다른 투자자들도 모두 배상받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소송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D증권 ELS 소송에서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청목의 나승철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 온갖 규제를 가져다 놨는데 막상 손해배상을 받기에는 막막하게 해놨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