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했다. '진정한 공부는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한 번쯤은 공부를 하고 싶었었다. 그래서 대학은 미국에서 졸업했다. 필자의 모교 인디애나주립대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블루밍턴이라는 곳에 있다. 그곳의 비즈니스 전문대학인 '켈리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켈리스쿨은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가 강의하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어머니와 함께 유학생활을 했다. 어느 부모든 딸을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걸렸을 것이다. 아버지는 4년간 기러기 생활을 하셨지만 필자에겐 유학 시절 어머니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어머니와의 추억도 많다. 지금도 가끔 유학 시절 어머니와 함께 한 생활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많은 정보 없이 무작정 어머니와 미국에 도착해서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원룸을 구했다. 첫 학기는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어머니와 각자 백팩에 책을 나누어 담고 캠퍼스까지 약 1시간30분 걸리는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 점심은 어머니께서 김밥을 매일 준비하셔서,캠퍼스에서 먹었다.

그 후 우연히 오솔길을 발견했는데,그 길이 등굣길을 30분이나 단축시켜 주는 지름길이었다. 왕복으로는 1시간이었기 때문에 기뻤다. 그러다 수업 중 미국 친구를 사귀었고,그 친구 덕택에 학생증이 있으면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사건이 생겼다.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도서관에서 늦게 나오는 바람에 평소에 타는 버스가 끊긴 듯했다. 비슷한 번호의 버스를 탔는데,근처로 가기는 커녕 이상한 동네로 가고 있었다. 졸다가 놀란 나와 어머니는 버스에서 내렸다. 눈물이 났다. 휴대폰도 없었고,그곳은 워낙 시골이라 택시도 없었다.

나와 어머니는 두려움 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한참을 걸어 겨우 집을 찾았다. 그 또한 어머니와의 추억이었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미국 생활한 지 2년 만에 차를 샀지만,도보와 버스로 통학하던 2년은 우리 두 모녀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눈물 어린 소중한 추억이 담긴 시절이었다.

유학생활 동안 얻은 또 하나 소중한 것은 그때 만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다. 많은 친구를 사귀었는데 파키스탄 왕자인 친구도 있었고,미국 친구도 많았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친구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들 친구와의 만남은 외국인 파트너와 비즈니스를 할 때,좀 더 편하게 다가가서 교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가족의 사랑을 느꼈고,글로벌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유학생활이었다. 단순한 학과 공부 이외에 배울 게 많았다.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경험은 인생의 가장 좋은 스승이다. 경험하는 수업료는 그래서 비싸다"고 말했다.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윤지현 < 세진중공업 상무 apriljihyun@sejinheav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