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도로변 상가 위 아파트 "여름밤이 괴로워요"

"유흥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시끄럽네요. 날이 더 더워지면 지금보다 심해질 텐데 걱정입니다. "

서울의 한 뉴타운 주민 한모씨는 "요즘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아래층 '연도형 상가'에서 발생하는 소음 탓이다. 한씨는 "여름인데도 소음 때문에 문을 열 수 없다"며 "점포 앞 음식물 쓰레기통 냄새로 산책하기도 싫다"고 전했다.

연도형 상가는 아파트를 상층에 두고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형태로,고밀도 건축이 아니라 횡으로 넓게 짓는 단지에 적합한 유럽형 상가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상가 내 호프집,커피숍,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야외 영업이 늘어나면서 소음이 생겨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열대야로 외출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야외에 테이블을 갖춰놓고 음식을 팔거나 판촉 행위를 해 소음이 발생하고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연도형 상가가 갖춰진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주민은 "걷는 게 불편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다니다 입간판에 부딪혀 넘어진 적도 있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선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관할구청 관계자는 "낮에는 현장에 나가 소음과 위생 등 여러 가지 지도를 한다"면서도 "주로 야간에 발생하는 일들인데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생계형 사업이 많아 강력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 인도가 상가 측에 분양된 사유지일 경우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협조요청을 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과 상인 간 대화로 운용의 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호 송죽법무사합동사무소 법무사는 "원칙적으로 거리에서의 상업활동을 하면 안되지만,서로 협의해 일정 시간 이후에는 테이블이나 매대를 철거하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한신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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