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의 진앙' 그리스를 가다] (1) 생애 최고 연봉의 95% 연금으로…공무원 지각 안 했다고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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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복지 중독증에 걸린 그리스
유로존서 低利 차입…산업 대신 복지에 펑펑
사회보장비용 GDP 대비 18%…한국의 5배
유로존서 低利 차입…산업 대신 복지에 펑펑
사회보장비용 GDP 대비 18%…한국의 5배
'οχι(오히 · 안 돼)''외국은 그리스 문제에 간섭하지 마라'.
지난 21일 그리스 아테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헌법)광장.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걸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구제금융 제공 대가로 긴축재정을 요구해온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위대는 지난달 말부터 국회에서 긴축재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80여개의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고 있다. 그리스가 1586억유로(240조원)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이날도 시위대의 구호는 바뀌지 않았다.
1년6개월간 실업자로 지내다 3개월 전 인터넷 관련 회사에 취직한 요르고스 파파도푸로스(25)는 시위대를 바라보며 "지금 은퇴한 사람들은 연금을 받아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 세대는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단맛'에 취한 국민
그리스는 지난해 5월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민간 싱크탱크인 그리스경제산업연구소(IOBE)의 니코스 벤투리스 연구위원은 "그리스 재정위기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에게 과도한 복지를 제공한 정치권과 그들이 제공하는 '단맛'에 길들여진 국민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가 닥쳤는데도 대부분의 그리스 국민이 고통 분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아버지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뿌린 과도한 복지정책의 후유증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1980년대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면서 최저임금 인상,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확대 등 분배정책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의 집권 초기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는 임기가 끝난 1989년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 유럽외교정치연구소(ELIAMEP) 연구위원은 "200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으로 외국에서 싼 이자에 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정치인들은 그 자금을 산업 발전에 쓰지 않고 정권을 잡기 위해 복지를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리스인들은 퇴직을 하면 자신이 받았던 가장 높은 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9%다. 그리스 전체 인구의 23%인 260만명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고 GDP의 12%가 연금 지급에 사용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보장비용은 각각 18.2%와 18.0%로 복지강국인 북유럽의 노르웨이(16.2%)보다 높으며 한국(3.7%)에 비해서는 5배 정도 많다.
◆공무원 25%가 과잉 인력
그리스는 한때 연금공단 수가 155개였다. 직능별 노조가 정치권과 흥정해 독자적인 연금공단을 우후죽순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금공단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모두 국가가 보전해줬다. 2008년 이후 재정적자가 심해지자 정부가 연금공단을 합쳐 13개로 줄었다.
그리스 정치권은 실업수당 장애수당 군인수당 등 각종 수당도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직능별 노동자단체에 해당 수당을 몰아 줄 것을 약속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보장받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비도 국가 부담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과도하게 공무원 수를 늘린 것도 재정 적자를 부추겼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그리스 공무원 수는 7만5000명 늘었다. 그리스 공공 부문 종사자의 25%가 과잉 인력으로 분류된다. 그리스 국민에게 지급되는 봉급 중 공무원 봉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이는 OECD 평균(20%)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공무원들은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면 '정시 출근수당'까지 받는다.
아테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지난 21일 그리스 아테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헌법)광장.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걸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구제금융 제공 대가로 긴축재정을 요구해온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위대는 지난달 말부터 국회에서 긴축재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80여개의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고 있다. 그리스가 1586억유로(240조원)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이날도 시위대의 구호는 바뀌지 않았다.
1년6개월간 실업자로 지내다 3개월 전 인터넷 관련 회사에 취직한 요르고스 파파도푸로스(25)는 시위대를 바라보며 "지금 은퇴한 사람들은 연금을 받아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 세대는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단맛'에 취한 국민
그리스는 지난해 5월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민간 싱크탱크인 그리스경제산업연구소(IOBE)의 니코스 벤투리스 연구위원은 "그리스 재정위기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에게 과도한 복지를 제공한 정치권과 그들이 제공하는 '단맛'에 길들여진 국민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가 닥쳤는데도 대부분의 그리스 국민이 고통 분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아버지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뿌린 과도한 복지정책의 후유증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1980년대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면서 최저임금 인상,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확대 등 분배정책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의 집권 초기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는 임기가 끝난 1989년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 유럽외교정치연구소(ELIAMEP) 연구위원은 "200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으로 외국에서 싼 이자에 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정치인들은 그 자금을 산업 발전에 쓰지 않고 정권을 잡기 위해 복지를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리스인들은 퇴직을 하면 자신이 받았던 가장 높은 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9%다. 그리스 전체 인구의 23%인 260만명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고 GDP의 12%가 연금 지급에 사용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보장비용은 각각 18.2%와 18.0%로 복지강국인 북유럽의 노르웨이(16.2%)보다 높으며 한국(3.7%)에 비해서는 5배 정도 많다.
◆공무원 25%가 과잉 인력
그리스는 한때 연금공단 수가 155개였다. 직능별 노조가 정치권과 흥정해 독자적인 연금공단을 우후죽순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금공단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모두 국가가 보전해줬다. 2008년 이후 재정적자가 심해지자 정부가 연금공단을 합쳐 13개로 줄었다.
그리스 정치권은 실업수당 장애수당 군인수당 등 각종 수당도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직능별 노동자단체에 해당 수당을 몰아 줄 것을 약속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보장받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비도 국가 부담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과도하게 공무원 수를 늘린 것도 재정 적자를 부추겼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그리스 공무원 수는 7만5000명 늘었다. 그리스 공공 부문 종사자의 25%가 과잉 인력으로 분류된다. 그리스 국민에게 지급되는 봉급 중 공무원 봉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이는 OECD 평균(20%)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공무원들은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면 '정시 출근수당'까지 받는다.
아테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