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명암
중국 상하이 창싱(長興)섬에서 지난 11일 대형 다리 구조물을 선박에 옮겨 싣는 행사가 열렸다. 전화(振華)중공의 근로자 3000여명이 만든 이 구조물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새 철교를 세우는 데 쓰인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행사를 보도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저급하고 저가라는 통념을 깨고 자부심을 줬다. '(베이징청년보) '중국 이미지를 바꾼 다리.'(차이나데일리) 등의 의미를 부여하며 흥분했다. '중국은 샌프란시스코 다리뿐 아니라 뉴욕의 철도 플랫폼 신축과 다리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면서 세계의 토목기사로 변모하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외신의 평가도 이어졌다.

신경보는 "1840년대 골드러시 때 샌프란시스코에 몰려든 중국인들은 금광을 캐고 철로를 고치는 잡역부로 일했지만,160여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중국인은 '쿨리(coolie)'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 대륙횡단 철도 건설에 투입된 중국인들만 1만4000여명에 달했다.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임금에 3000여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고된 일을 했다.

청나라 말기 굶주림에 지친 중국인들은 외국 상인이나 중국 매판(買辦)의 손을 거쳐 태평양을 건넜다. 이젠 1만460.5㎞에 이르는 그 뱃길을 따라 중국인이 제작한 철교 구조물을 실은 배가 항해 중이다. 배가 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 미국인들은 중국 기술로 만든 구조물을 조립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다리를 세우는 고된 일을 하게 된다.

전화중공 행사가 열린 11일,장쑤성 옌청에선 통수허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4일엔 푸젠성 우이산 대교가 주저앉아 도로 위에 사람들이 널브러지고 버스가 90도 각도로 걸쳐 있는 사진이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15일엔 항저우의 첸(錢)강 대교가,19일엔 베이징의 화이로우바오산스바이허 다리가 무너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23일에는 원저우에서 고속철도가 선로를 이탈,고가 아래로 추락해 최소 3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샌프란시스코 다리'와 잇따르는 중국 다리 부실시공 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가 자본주의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탄탄한 지원과 세계 최대 규모 철강생산 능력 등이 중국 토목업계의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국영기업 자산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3%로 프랑스(28%)의 3배 이상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국영은행이 국영기업의 지갑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행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문구는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

반면 정부 주도 경제는 관료주의와 부패로 인한 부실 시공,지방정부의 난개발이라는 후유증도 낳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버블과 불어나는(지방정부) 부채가 아시아에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데 있다.

정부 입김이 강한 중국 경제의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국가자본주의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연일 시장 개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쇼라고 그냥 넘기기엔 후일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음을 중국 고성장의 그늘에서 읽게 된다.

오광진 국제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