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작기계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다. 세계 공작기계 생산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이뤄지고,수입과 수요 모두 1위다. 한국을 비롯 독일 일본 대만 주요 업체들이 중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기계산업협회가 지난 1월 회보에서 '전대미문의 성장'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중국 토종업체들도 맹추격에 나섰다. 김재섭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BG 부사장은 "중국에서 경쟁사보다 얼마나 시장을 먼저 차지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향한 투자 '러시'

국내 공작기계 업계 '빅2'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위아의 성장 전략도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연산 2000대인 옌타이 공장의 생산 규모를 5000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시장 구도가 완전히 중국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2009년까지 유럽,미국 등 선진 시장으로의 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인 중국 시장 점유율을 5%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 목표다.

현대위아는 중국 내 공작기계 생산 규모를 지난해 월 50대에서 다음달부터 150대 수준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절삭공구 분야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와이지원도 중국에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에 보수적이던 일본 업체들까지 중국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9년 3월 DMG와 제휴해 거대 연합군을 만든 일본 모리세이키는 오는 11월 상하이에 테크니컬 센터를 설립하고,내년 4월엔 베이징,선전 등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쿠마 역시 20억엔을 투자해 올 연말까지 생산량을 월 100대로 확대하고,2013년 3월엔 200대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업체엔 기회이자 위기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팽창과 관련,한국 업체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만의 위협과 중국 토종업체의 추격이 최대 위협 요인이다. 독일,일본만 해도 '하이 엔드' 제품에 치중해 있는 데 비해 대만과 중국은 범용 제품에서 한국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금속가공선반 수입원(중국 공작기계 및 공구공업협회 자료)을 보면 대만의 점유율은 13.6%로 일본(37.89%),독일(20.96%)에 이어 3위다. 한국(7.58%)의 바로 윗 단계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도 대만이 97%로 한국(44%)의 2배가량이다.

박은우 KOTRA 타이베이센터장은 "올 1월부터 대만 · 중국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되면서 대만 업체들의 입지가 높아진 것도 국내 업체로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 기계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이 경합하고 있는 품목은 107개다. ECFA 제1차 조기 자유화 프로그램엔 프레스,수치제어선반 등 19개 품목의 공작기계가 무관세 대상에 포함돼 있다.

토종업체들의 성장도 매서운 기세다. 중국 대표 업체인 선양공작기계그룹과 다롄공작기계그룹의 2009년 판매량은 전 세계에서 각각 2위,4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해외 기업들과 교류,기술합작,인수 · 합병(M&A)등도 활발하다. 충칭선반그룹은 작년에 영국 홀로이드를 인수하는 등 2005년 이후 7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