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가격 입증 어렵고 '이중과세'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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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고민
시세 차익에 대한 稅부과도 주식 처분 전엔 불가능
시세 차익에 대한 稅부과도 주식 처분 전엔 불가능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공정사회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과세 방침이 처음 언급된 이후 한국조세연구원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켰지만 방법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 발표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검토 중인 안들도 허점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
◆공정가격 산정 가능하나
첫 번째 고민은 시세보다 현저히 높거나 낮은 이른바 부당가격을 따질 때 공정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법과 상속 · 증여세법으로도 대기업이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일감을 몰아주면 과세가 가능하다.
우선 일감을 준 기업에 대해서는 '부당행위 계산 부인'에 의해 법인세를 매길 수 있다. 법인세를 적게 내려고 일부러 이익을 축소시킨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받은 기업도 2004년부터 도입된 포괄주의를 적용해 증여세를 내게 할 수 있다. 그 형식이 어쨌든간에 실질적인 증여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정상가격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시세와 현저히 큰 차이가 나는 가격이라면 몰라도 비슷한 경우라면 부당가격이라고 몰아가기가 어렵다. 또 부당가격이 아닌 정상가격으로 반복해서 일감을 준 경우에는 과세 논리를 세우기 힘들다. 대법원은 2007년 시가 거래를 통한 단순한 물량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정가격을 기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하면 조세불복 등 논란이 많을 것"이라며 "건건별로 법원 소송으로 가서 정부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법인세 등과 중복과세될 수도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 아닌 물량 기준으로 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최근 제시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안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당해연도 매출 가운데 30%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줬다면 증여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거래 가격과 상관없이 일감 몰아주기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취지다.
여기에도 약점이 있다. 이 방식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일감 몰아받은 매출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증여세율을 곱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가령 전체 매출 10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줬다면 영업이익의 50%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나중에 매겨지는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와 이중 과세되는 문제가 생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복 과세를 조정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또 가스 라인이나 전선 등 업종 특성상 몰아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감안해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세차익 과세도 쉽지 않아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아예 종합적으로 주식 과세를 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매출 증가 등은 결국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증여받은 자금으로 산 장외주식이 상장을 해서 차익을 얻으면 증여세를 매기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감을 몰아받은 기업의 오너가 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사업을 계속한다면 몰아주기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결코 쉽지 않고 무리하게 과세할 경우 수많은 조세불복과 이에 따른 소송이 뒤따른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의견을 종합해 최종 과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