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주권행사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독립을 전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에 동의한다"며 "주주권행사위원회는 독립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2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금운영위원회의 지배를 받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의결권 행사도 수익률을 높여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주권 행사를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등 관치(官治) 우려가 해소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을 제안한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래기획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주주권행사위원회로 개편하되,복지부의 지배를 벗어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의결권행사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다.

당정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주요 기업 주총 시즌인 내년 3월부터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기업 경영 관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당론 확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연금의 주요 직위를 정부가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수익 확보에 초점을 둬야지 재벌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 나성린 의원 등도 "민간기업에 정부 입김이 강화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