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별장''황제의 차'… 롤스로이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1904년 영국에서 탄생한 롤스로이스는 왕족과 귀족만이 탈 수 있는 차로 불리면서 107년째 최고급 명차 브랜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 '세기의 결혼식'으로 주목받은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에서 신부를 결혼식장까지 태운 차도 롤스로이스였다. 롤스로이스를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웅장한 차체를 보고 놀라고 가격을 확인하고 또 한번 '억'한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6억8000만원,고스트는 4억3000만원부터다.

롤스로이스를 구매하는 전 세계 소득 상위 0.01%의 부유층들은 '고급 요트를 살까? 최고급 시계를 살까? 아니면 롤스로이스를 살까?'를 고민한다. 이같이 상식을 뛰어넘는 가격에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711대가 팔려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반영한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완벽함을 위해 노력하라.존재하는 최고의 것을 가지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라.그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최고의 것을 직접 설계하라." 롤스로이스의 공동 창립자인 헨리 로이스 경이 남긴 말이다.

롤스로이스는 고객만족의 극대화를 위해 '비스포크(bespoke)'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모두 수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차 색상을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립스틱 색상'으로 주문할 수 있다. 이렇게 표현 가능한 색상은 총 4만4000가지에 이른다. "내 집 정원의 벚꽃나무를 베어 차에 넣어달라"는 주문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최고 24억원을 호가하는 팬텀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10억5000만원이 가장 비싸게 팔린 가격이다. 업계에선 이 차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댄 발머 아 · 태 지역 마케팅 매니저(35)는 "롤스로이스를 사는 사람은 단순히 교통수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부심을 산다"고 했다.

롤스로이스 한 대에 들어가는 스칸디나비아산 소가죽 양은 모두 18마리.이 가죽은 전문가 40명의 손바느질을 거친다. 발머 매니저는 "900명의 직원 가운데 250명이 장인"이라고 말했다. 차량 제작은 영국의 남부 굿우드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굿우드 공장은 '소리 없는 공장'으로 불린다. 차량을 주문하면 인도까지 3~4개월 걸린다.

◆작년 미국700대 · 중국 650대 · 영국 400대 판매

지난해 롤스로이스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미국으로 700여대였다. 2위는 중국으로 650여대,3위는 영국으로 400대였다. 올해는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선 16대가 팔렸다. 올해 판매목표는 30대.폴 해리스 롤스로이스 아 · 태 지역 총괄대표는 "한국에서 올 상반기 이미 20대를 계약했으니 목표량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리스 총괄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이 하이퀄리티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기회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BMW 계열인 롤스로이스는 최근 서울 청담동에 쇼룸을 재개장하면서 나무,가죽 샘플 전시공간과 함께 맞춤형 '비스포크 체험 라운지'를 마련했다.

◆클래식한 외부 디자인에 최첨단 내부 편의장치

올해는 차 보닛 끝에 장착되는 롤스로이스의 싱징인 '환희의 여신상'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환희의 여신상은 영국의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가 롤스로이스의 대주주였던 존 몬태그의 비서이자 연인이었던 엘리노어를 모델로 1911년 제작했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기념해 100주년 기념 한정판 고스트를 지난달 출시했다. 이 모델 역시 클래식하지만 내부에는 최첨단 안전 편의장치들로 무장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대표적이다. 차량 곳곳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차 안의 승객이 자리를 옮기는 등 미세한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해 댐퍼 압력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고스트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로 슈퍼카와 맞먹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