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발표한 아이디어로 연내 벤처기업을 차릴 겁니다. 투자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리나.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유럽-코리아 비즈니스아이디어경진대회'의 파이널 행사장은 젊음의 열기로 뜨거웠다. 탄소 절감형 쓰레기 수거 시스템으로 1위를 차지한 ECUBE팀의 이성구 씨(25 · 고려대 경영학과 4)는 시상식 뒤 마련된 유럽계 기업 임원들과의 만남에서 당차게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여느 딱딱한 대회와는 달리 젊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으로 끌어올 때 활용하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 1~3분 내에 사업 아이템과 실행 계획 등을 요약해 발표하는 방식) 형식으로 이어졌다. 참가 학생들은 유창한 영어로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이미 소셜 벤처 아이템으로 특허를 등록하고 사업장을 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참가기업 임원들이 직접 투자하거나 채용을 통해 사업화를 도울 수 있는 만큼 발표와 피드백은 더욱 박진감있게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EUCCK 측은 이날 행사가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의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팀 구성부터 다른 경진대회와는 달랐다. 지난 3월 대회가 시작될 당시 서로 얼굴도 모르는 대학생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만나 팀을 구성했다. 이렇게 40여개 팀이 꾸려졌다. 공대생들은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사업계획을 함께 세울 경영대생을 구했고,SNS를 통한 즉석 토론 등을 통해 파트너를 물색했다. 톰 듀크 EUCCK 이사는 "과거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목으로만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전 정보통신부 장관)는 "자신과는 다른 생각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벤처 붐이 '한여름밤의 꿈'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소람 중기과학부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