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나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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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숲길을 걷다가 생각합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를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마음먹는 순간,우리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그 희망의 뿌리는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결심하는 '의지의 나이테'이지요.
버나드 쇼가 "참 기쁨의 맛을 발견하는 시기는 중년"이라고 말한 까닭도 알 것 같습니다. '너무 쉬운 더하기'로는 미처 몰랐던 것들.'나무에게 배우기로' 한 뒤 비로소 아름다운 인생 후반전이 더 울창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꿈결 같은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어깨를 건드리는 가지처럼,희망의 각도로 '찰칵' 내일을 찍는 렌즈처럼 우리 삶의 학교가 곧 숲이라는 것도….
그러고 보니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은 나무와 숲에게 배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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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