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지난해 은행법 개정으로 금지된 포괄담보 대출을 해오다 금융감독 당국에 적발돼 '기관주의' 조치를 당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포괄담보를 설정해 부당 영업행위를 해온 외환은행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외환은행 준법감시인과 관련 임직원 등에 대해서도 견책, 감봉 등 경·중징계 결정을 내렸고 외환은행에는 법상 최고 한도인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관주의 조치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금감원장에 의해 제재가 확정된다. 다만 과태료 금액은 향후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조정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외환은행 종합검사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70개 이상 지점이 고객들에게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포괄담보를 설정한 것을 적발했다. 보통 대출건별로 한정된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데 외환은행은 대출계약과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담보를 잡아온 것이다.

은행이 건별이 아닌 포괄적으로 담보를 잡으면 부실을 피하고 추가 대출을 해주는 데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담보가 설정돼 피해를 입는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포괄담보대출 금지 규정을 넣은 은행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70여개 지점 중 포괄담보 영업이 많았던 10여개 지점만 제재를 내렸다"며 "일부 지점의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외환은행에 대해서도 내부 통제의 책임을 물어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기관에 대한 제재는 기관주의,기관경고,영업정지,인가취소 등 4단계다. 제재를 받으면 각종 인 · 허가나 경영실태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외환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처음 법으로 시행된 제도에 대해 계도기간도 없이 바로 적용하고 또 법 시행 3개월 만에 적발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다른 은행들도 법 시행이후 과거 관행을 바로잡지 못해 지적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상 본부장은 "금감원의 위법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고의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본점에선 공문도 보내고 개도를 하지만 말단 지점에선 이를 잘 따르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김효상 본부장은 "70여지점에서 이러한 포괄적담보대출이 적발됐고 위법행위를 많이 한 10여군데가 제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