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들은 늘 불안해합니다. 손해를 보면 안절부절못하고 많이 벌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가치투자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강연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지요. 신발이 다 닳도록 전국을 누볐습니다. 일등 기업에 투자해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 주식 투자의 본질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죠."

박신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50 · 사진)는 24일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5월 말부터 시작해 두 달 동안 지방 27개 중소도시를 찾아 릴레이 투자설명회를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모 펀드를 증권사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고 있는 운용사로서 펀드 직판 3주년을 맞아 전국 순회 투자설명회를 열었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박 대표는 1999년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과 함께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창업 멤버다. 강 회장과 동방증권(현 SK증권) 입사 동기였던 것이 인연이 됐다. 강 회장과 의기투합해 2008년 7월7일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펀드 직접판매에 나섰다. 판매사에 휘둘리지 않고 고객과 직접 소통해 회사의 투자철학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투자자들과 만나 얘기를 해보면서 '한국의 주식 · 펀드 투자자들은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사람은 많지만 펀드를 가지고 크게 수익을 낸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그러다보니 펀드에 발을 담갔다가도 금방 다시 빼려고 합니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느꼈죠."

에셋플러스가 펀드 직접판매를 하겠다고 하자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의 눈초리를 함께 보냈다. 신생 자산운용사가 대형 운용사도 하지 못한 직접 판매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직접 판매를 하기 위해 16명이던 직원을 60명으로 늘린 데다 판매비용 부담도 커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수탁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직접판매의 기반을 다졌다는 게 그동안의 성과다. 펀드 환매사태가 났던 2009년에도 에셋플러스의 수탁액은 증가했다. 초기 출시한 3개 펀드의 3년간 수익률은 모두 같은 펀드유형 수익률에서 상위 1% 순위(제로인 집계)에 들고 있다.

펀드 운용 성과에 비해선 수탁액 규모는 크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596억원이다. 74개 운용사 중 37위다.

박 대표는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에 수탁액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빨리 고객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고객과 직접 소통해 우리와 궁합이 맞는 고객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연 10%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되는 사모펀드가 3호까지 출시됐고,절대수익형 공모 펀드로는 '해피투게더' 펀드도 운용 중"이라며 "은퇴자금 관리 등에 걸맞은 절대수익형 상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다운 한경닷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