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환율 수준이라면 年 4.5% 성장해야 가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으로 3년 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이면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3만달러와 4만달러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8년 4만달러 도달"

박 장관은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주포럼 초청강연에서 "국민소득이 2018년 4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3년 2만9000달러 가까이 되고 2014년 3만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 이후 3만달러에 도달한 기간이 독일은 4년,일본은 5년이었지만 이탈리아와 캐나다는 15년이었다"며 "한국은 2007년 2만달러를 넘은 뒤 7년 만에 3만달러가 되는 것으로 많이 늦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을 앞둔 '깔딱고개'에 있는데 느슨해지거나 멈추지 말고 단숨에 올라가야 한다"며 "1990년대 이후 정체된 성장 곡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3만달러 및 4만달러 도달 시기와 관련,"실무진과 함께 계산한 결과"라며 "지금과 같은 연간 4.5% 수준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낮아지면 불가능

하지만 연 4.5% 수준의 실질 성장률로는 2014년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가 3%인 점을 감안하면 4.5%의 실질 성장은 명목 기준으로는 7.5%의 성장을 의미한다. 지난해 1인당 소득 2만759달러에 연간 7.5%의 명목 성장률을 적용하면 2014년 1인당 소득은 2만7700달러에 그친다. 2018년 1인당 소득도 3만7000달러로 박 장관의 예상과는 차이가 있다. 2014년 1인당 소득이 3만달러가 되려면 성장률이 실질 기준 6%,명목 기준 9%는 돼야 한다.

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 6.9%에 그쳤다. 이마저도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1~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3만달러 진입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환율 하락 전제한 듯

원화가치가 평가절상(환율 하락)되면 경제성장률이 현 수준에서 크게 높아지지 않더라도 조기에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명목 성장률이 올해부터 매년 7.5%가 된다는 전제 하에 2014년 원 · 달러 환율이 1060원 수준이 되면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다. 지난해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은 것도 원 · 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9.4% 하락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정부의 1인당 소득 전망은 지난 상반기 평균 1101원이었던 원 · 달러 환율이 앞으로도 하향 안정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환율과 관련,"하락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수입 수요가 늘고 물가가 안정되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급격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으면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김현예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