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애플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IT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과 IBM처럼 PC와 하드웨어 중심에서 모바일과 소프트웨어 위주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반면 하드웨어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 인텔과 삼성전자는 실적과 주가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IT업체들의 강점인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는 모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나 주가의 추세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벌어지는 시가총액

24일 대신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3590억달러(377조원)로 국내에 아이폰이 처음 출시(2009년 11월28일)된 지 한 달여 후인 2009년 말보다 89.3% 불어났다. 작년 연말과 비교해도 21.3% 증가했다. 클라우딩컴퓨팅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IBM의 시가총액도 2220억달러(233조원)로 작년 말 대비 21.7% 늘었다.

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190억달러(125조원)로 2009년 말보다 17.7% 증가했지만 올 들어선 3.8% 감소했다. 인텔도 1220억달러(128조원)로 작년 말 대비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시가총액 격차는 2009년 말 890억달러(94조원)에서 현재 2400억달러(252조원)까지 벌어졌다.

실적 차이도 비슷하다. 2009년 1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순이익은 각각 27억달러(2조8000억원)와 30억달러(3조1000억원)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올 2분기에는 각각 32억달러(3조4000억원)와 73억달러(7조7000억원)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을 영위해 온 국내 IT기업들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은 점이 실적과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지표의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작년 1분기 말만 해도 삼성전자 인텔 IBM 애플의 PER은 9.8~11.2배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는 8.4~12.4배로 커졌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인텔 등 하드웨어 업체들은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주가가 싼 편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섣불리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3분기 말이 변수될 듯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쓰이는 주요 부품 중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국내 IT업체도 애플의 성공에 대한 직간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국내 IT업체들이 제대로 된 경쟁에서 격차를 좁혀나갈지는 3분기 말을 전후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애플이 9월 내놓을 신제품은 차기 버전인 5G가 아니라 4G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여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강하진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따라잡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 부회장도 "국내 IT업체에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며 "스마트폰시장 내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보이면 주가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하이닉스는 다음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나온 후에 실적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상무는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나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업계 내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차 실적 차별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LCD(액정표시장치)업종은 3분기 일시적으로 수요 회복이 나타날 수 있지만 4분기 가동률이 재차 떨어지며 실적 부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