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를 필두로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국내 증시의 뚜렷한 매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기관은 기존 주도주인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이 아닌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집중 매입하면서 최근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자금 유입이 없어도 자산운용사의 추가 매수 여력이 1조~2조원가량 되는 만큼 이들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연속 순매수 중인 기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일부터 22일까지 7일 연속 순매수했다. 순매수 금액은 1조2428억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8059억원 순매도)과 개인(6756억원 순매도)이 판 물량을 받아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도 이달 11일부터 10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3008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기관 중에서도 자산운용사들의 매수세가 강하다. 자산운용사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14일부터 22일까지 42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 전체 순매수액의 3분의1에 해당한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2007년 들어왔던 자금 환매가 마무리되고 신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며 주식형펀드 수탁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올 4월 말 61조9884억원으로 바닥을 형성한 뒤 △5월 말 64조5407억원 △6월 말 66조7767억원 △지난 21일 67조3361억원으로 늘어났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유입된 돈에 비해 주식 매수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21일 현재 92.4%로 연중 최저 수준"이라며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비중을 과거 평균치인 94.5%로 높일 경우 신규 자금 유입이 없어도 1조~2조원어치의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와 코스닥종목 매수 확대

최근 중소형주 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것도 기관,특히 자산운용사가 매수 주체로 등장한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문형 랩이 10개 안팎 종목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주식형펀드는 많게는 펀드당 50~60종목을 편입한다"며 "최근 차 · 화 · 정 이외의 대형주와 중소형주,코스닥 종목의 상대적 강세는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종목 매입을 늘린 때문으로,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들은 14일부터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중 철강 · 금융 · 기계 · 건설업종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 포스코 KB금융 두산인프라코어 NHN 두산중공업 한화 SKC&C 대림산업 등이다. 중소형주 중에선 호텔신라 풍산 코오롱인더스트리 한라공조 성진지오텍 아이마켓코리아 두산엔진 등이 자산운용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호텔신라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 매수세가 8일째 들어오면서 20.3% 폭등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엔 CJ E&M,서울반도체,OCI머티리얼즈에 자산운용사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개별종목 중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반도체 및 LCD장비업체인 원익IPS 등이 수주 급증 등 호재를 바탕으로 자산운용권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피팅(관이음쇠) 및 단조업체인 성광벤드 태광 현진소재 등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면서 자산운용사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