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모바일] 클라우드… 당신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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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맹' 탈출…클라우드의 모든 것을 벗긴다
2015년 어느 날 아침.일산에 사는 직장인 김구름 씨는 출근하면서 거실에 있는 무선충전기 위에 올려져 있는 태블릿PC를 급히 챙겨 나온다. 들고 나온 서류가방에는 태블릿PC와 키보드 등이 전부다.
김씨의 직장은 서울 역삼동이다. 통근버스에 앉자마자 태블릿PC를 켜고 콘텐츠 마켓에 접속한다. 어제 야근하느라 놓친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실시간으로 이를 시청한다. 무선랜(와이파이)을 통해 고화질 동영상이 재생된다. 구매한 콘텐츠를 내려받을 필요도 없다.
미국 출장 중인 같은 팀 동료가 오늘 부장에게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이메일이 와 있다. 업무용 시스템에 접속,수정한 내용을 살펴본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여러 명이 동시에 문서를 살피고 고칠 수 있어 협업을 하는 데 편리하다. 웬만한 결제 서류는 모두 태블릿PC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퇴근길에는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나 얘기꽃을 피운다. 그동안 찍어둔 딸 사진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끄집어내 한 장,한 장씩 보여준다.
◆"클라우드 안하면 휴대폰도 못팔아"
올해 정보기술(IT)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인터넷 포털,이동통신사,IT 서비스 업체들이 일제히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도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클라우드 서비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미래 IT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기기를 팔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하면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판단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모든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문서 이메일 일정표 등도 모두 IDC에 저장된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킨들용 전자책을 구입하면 이용자 계정에 그 내역이 저장된다. 이용자는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어떤 책을 어느 단말기에 내려받아볼지만 결정하면 된다. 아마존은 전용 전자책 단말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도 자사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해놨다. 전용 단말기 가격은 139~189달러로 저렴하고 전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과 제휴해 언제 어디서나 3G(3세대) 무선데이터 통신으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기업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업무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PC에 각종 문서를 저장하고 이를 이메일이나 USB 등을 통해 공유하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문서들을 중앙의 서버에 저장하고,필요할 때마다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SAP 오라클 등 경영정보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들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각광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은 △고성능 모바일 기기 보급 증가와 함께 △고속 무선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진 데다 △서버용 고성능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비용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우선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PC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이용하던 시기가 끝나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개인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기업 업무에도 점차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기기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대형 IDC에 접속해 저장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과 무선랜 등 고속 무선데이터통신망 확산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운용하는 비용이 떨어지면서 IDC 구축에 따른 기업들의 개별적인 부담도 낮아지고 있다.
한편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기기 선택과 서비스 이탈을 막는 '가두리 양식장' 같은 기능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은 일종의 이용권을 취득하는 행위일 뿐,실제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용과 불편이 따른다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이메일 문서 일정표 등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서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각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쉽게 다른 서비스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닫힌 정원(walled garden)'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인터넷 포털과 마찬가지로 이용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