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제개편안 확정을 코앞에 두고 인사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

재정부 세제실이 내년도 세제개편안 발표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장을 포함한 과장들이 대거 교체되자 술렁이고 있다. 세제개편안은 다음해 세금 제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종합적으로 담아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 안이다. 8월 말에 확정한다. 재정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연중 업무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세제개편안 확정을 앞두고 최소 2~3개월간 세제실은 초비상이 걸린다. 중요한 세법 개정안을 담당하는 국 · 과장은 물론 사무관들도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주요 과장급 인사가 났다. 법인세제를 맡았던 김병규 과장은 지난 4일 인사과장으로 발령 나 세제실을 나갔다. 12일에는 부가가치세제과장과 환경에너지세제과장까지 교체됐다. 관세제도과장,국제조세제도과장,국제조세협력과장 등도 줄줄이 바뀌었다.

세제실은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요구되는 곳이다. 다른 실 · 국과의 인사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창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실무 책임자들이 대거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좀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세제개편안은 실무 과장의 역할도 크지만,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실 · 국장 같은 고위 간부들이 여 · 야 정치권 및 관계 부처들과 협의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21일 세제개편안을 총괄하는 주영섭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실장이 청장으로 영전하고,그에 따라 국장급 연쇄 승진이동이 예정돼 세제실 분위기는 일단 나쁘지 않다. 세제실 관계자는 "후임으로 알려진 백운찬 조세심판원장도 세제에 정통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올해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쉽지 않은 세제들을 새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제실 내에서 "그동안 적체된 인사의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세제실장까지 바꾸면 세제개편안은 누가 만드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