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농성자를 지지하는 소위 3차 희망버스 이벤트를 30일 강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앞선 23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24일에는 시국 선언을 한답시고 떠들어대던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미 두 차례 희망버스를 몰고 와 부산과 영도를 온통 시위장으로 만들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처음부터 전문 시위꾼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사건이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파업과 직장 폐쇄를 끝내고 6월27일 노사가 희망퇴직 수순 등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된 시건이다.

노사가 진통 끝에 합의타결한 만큼 자율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하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외 투쟁의 유혹에 사로잡힌 정치권이 회사 기물을 불법 점거한 소수의 프로 시위꾼들에게 지지 성명을 보내고 시위를 조장하는 낡은 버릇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법치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주민들이 얼마만큼 피해를 보는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한진중공업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본다. 이 사태를 빌미로 노동운동의 극적인 불길만 솟아오른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번 사태로 생업에 직접 타격을 받는 이들은 영도 주민들이다. 지난 1,2차 절망버스-희망이라는 거짓 용어를 쓸 수 없다-가 다녀갔을 때에도 산더미 같은 쓰레기와 고성방가,시설물 무단사용,무단방뇨 등으로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청업체들도 이런 노사갈등이 지속되면 곤욕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희망버스는 절망버스요 고통버스이자 원한과 증오의 버스이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필리핀 수빅만으로 조선소를 일부 이전한 상태다. 수빅 조선소에서 6척의 수주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70~80년대 한국 경제의 큰 밑거름이 됐던 조선업이 이제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은 버스를 몰고 들이닥치는 방법으로 막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일이 아니다. 일자리가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산업의 흐름에 따라 기업과 일자리는 변화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