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대기업의 이른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세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는 해도 대부분 시장가격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부당거래로 보아 과세하기가 불가능하고, 매출의 일정부분을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영업이익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모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2세 경영자의 지분가치 증가분에 과세하려 들면 주식을 팔지 않는 한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정부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위법을 저지르거나 새로운 초법적인 규제법을 만들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근거라는 상속 · 증여세법의 이른바 포괄주의란 규정 자체가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만 해도 그럴 것이다. 상증법 제2조는 노무현 정부 2003년 12월에 편법 상속 및 증여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거래의 명칭 형식 목적 등과 관계없이 유형 · 무형의 재산을 직 · 간접적으로 타인에게 무상 또는 현저하게 싸게 이전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포괄적이고 자의적이어서 어디까지가 위법이고 적법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법 개정 당시부터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던 이유다.

이런 조항을 근거로 부당이익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어서 억지를 부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일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과세방법이 모두 통하지 않으면 일선 세무공무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조세 저항이나 회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포괄주의가 지금까지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상속세 폐지 등 상증법 전체를 전면적으로 손보는 방법이 정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