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기업에 근무하는 김은경 씨(28)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지난 1주일 동안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이 경우 마지막으로 수정한 파일을 USB 외장메모리에 저장하거나 본인의 이메일에 보내지만 김씨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올해 초 회사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도입해 장소에 관계없이 본인의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김씨는 어디서나 똑같은 파일을 열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발표 때도 회의실에 비치된 공용 넷북으로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해 파일을 참석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의 업무 환경을 바꾸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입 초기 상태지만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가 편해졌다는 게 많은 직장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회사를 처음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자체 서버를 만들지 않아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회사에서 PC가 사라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으로 지금까지 회사 사무실 자리마다 놓여 있던 PC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이를 소형 넷북이나 신클라이언트(CPU · 램 등 필수적인 장치들로만 구성돼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업무용 PC)들이 대체하고 있다. 파일을 각각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컴퓨터는 중앙 서버와 접속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LG CNS는 지난해 2월 회사의 모든 업무환경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가상 데스크톱'을 쓰도록 했다. PC 대신 임직원들에게는 넷북을 지급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PC 넷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개인 단말기를 이용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데스크톱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클라우드 사업팀의 김균홍 차장은 "가상 데스크톱 내부에 있는 자료가 외부 디바이스로 유출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어 보안 걱정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LG CNS는 지난해 문을 연 모바일 클라우드 센터를 기반으로 모바일 융합 서비스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부터 LG전자와 LG CNS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업 업무 시스템과 연동한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LG전자 해외 법인 대상의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개인형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무 문서 중앙서버에서 통합 관리 가능

삼성SDS도 지난 5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SBC(Server Based Computing · 서버기반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SBC는 PC에서 수행 중인 모든 데이터를 중앙서버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도입해 개인용 PC와 업무용 PC의 환경을 분리했다. 개인용 PC로는 문서를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 보안 기능을 강화했다. 개인 PC에 저장돼 있던 업무 문서 등을 자산화해 중앙서버에서 통합 관리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직원 누구나 정보를 쉽게 찾도록 했다. 부서별,업무별 문서 공유와 협업이 쉬워졌고 결과물을 재활용할 수도 있어 지식의 자산화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원격 근무도 가능해졌다. 때문에 사무실 내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던 근무 문화도 바뀌고 있다. 삼성SDS는 서울 삼성동,역삼동과 경기도 분당 등에 6개의 모바일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SDS는 SBC 기반 스마트오피스를 삼성 계열사는 물론 일반 기업들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다각화해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구축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R&D 클라우드 등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SK C&C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확대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사내 임직원을 위한 가상 서버 및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눅스 제작회사인 레드햇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전문회사인 그린플럼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관리 서비스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소셜 네트워크 기업과 온라인 상품 및 도서,음원 판매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