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적 기대감 보다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 등 은행의 구조적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은행 실적 사상 최대 추정

증권사들은 국내 시중은행의 2분기 실적이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은행업종의 2분기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교보증권은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DGBㆍBS 등 8개 은행의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31.5% 증가한 4조6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개선과 이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대손상각비 감소, 현대건설 지분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증권도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이들 8개 은행 및 은행 지주사들의 순이익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33.9% 증가한 4조756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KB금융 8313억원, 신한지주 9428억원, 우리금융 7621억원 등 '빅3'의 이익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KB금융 신한지주 등이 2분기 '깜짝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는 2분기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48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이 은행株 '발목'

실적 개선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지만 주가는 이를 크게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25일 오전 11시 12분 현재 기업은행(-2.67%) 신한지주(-2.27%) KB금융(-1.47%) 우리금융(-1.40%) 외환은행(-0.74%) 등이 동반 하락 중이다. 이에 따라 KRX 금융 업종은 1%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KRX 업종 지수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반짝 상승한 뒤 이날은 힘을 못쓰고 있다.

무엇보다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상존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는 8~9월 저축은행의 6월말 기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공개되면 지난 2월과 같이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가 다른 서민금융기관으로 전이될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용협동기구(신협)는 저축은행과 예금 고객의 성격이 비슷해 고객층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협의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분기 실적 개선이 이미 예상된 상황이라 오히려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재곤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은행들의 실적은 탄탄한 것으로 보이나 이미 컨센서스가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에 2분기 실적보다는 향후 전망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은행의 이익 증가율은 2분기를 정점으로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3분기 이후 순이자마진과 경상적 충당금의 추가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 또한 은행에 대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리스크 확대, 기업 신용위험평가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 가계부채 부실 등도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