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강사를 초청하여 특별강의를 하는 일이 자주 있다. 직원들에게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좋은 강의를 듣고도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슴 속에 담아두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인연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에도 인연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인연 없는 사람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러나 인연이 있는 사람은 남들은 흘려들을 말 한마디도 그 뜻을 깨닫고 자기 나름대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말과 듣는 사람이 얼마나 인연이 있는가에 따라 사람의 운(運)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20년 전 미국 뉴저지에 있을 때, 뉴욕 맨해튼에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사람과 차를 마신 적이 있다. 그는 차를 마시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겠습니까? 미국에서 저도 보란 듯이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식료품점을 오픈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아직까지 자기 사업에 확신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상당히 애절하게 말하기에 나는 "영혼에게 잘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입니다." 라고 얘기했다. 내 말을 글자 그대로 실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2년, 뉴욕에 갔더니 그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과거와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그는 벌써 교포사회에서 알아주는 재력가로 통했다. 알고 보니 극심한 미국의 불경기 속에서도 유독 그의 식료품점에는 손님이 넘쳐났다. 그렇다고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묘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매일 장사진을 이루었다.

"지난 번 해주신 말씀을 잘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저만의 부자 되는 비법을 실천하기 시작했죠." 그는 자신이 부자가 된 진짜 이유를 내게만 말해주었다. 그가 사는 집은 뉴저지로, 집 바로 앞에 공동묘지가 있다. 매일 아침 공동묘지 앞을 지나는 그는 '영혼에게 잘 해주면 부자가 된다.'는 내 말을 생각하곤 항상 묘지 앞에서 차를 멈춰 세우곤 1분간 떠도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를 했단다.

그 묘지는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지라 연고 없는 무덤의 수가 꽤 많았다. 그 무덤의 영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더니 그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뜸했던 식료품점에 갑자기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었다는데. 그뿐 아니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명절 때만 되면 공동묘지로 찾아가 마치 제사를 올리듯 음식을 대접했다.

"열심히 구운 칠면조를 공동묘지에 놓고 제사를 지내면 사람들이 저를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습니다. 하지만 영혼들은 분명 좋아한 모양입니다. 가장 손님이 많은 때가 명절과 크리스마스 때였으니까요. 다른 가게보다 5배 정도 많았답니다." 이렇게 해서 10년이란 세월동안 식료품점 하나로 교포사회에서 알아주는 재력가가 됐다.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그가 부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성어린 마음이 그의 운을 열리게 한 것은 분명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지 않은가. 100년이란 긴 세월동안 연고 없이 떠돌아다니던 영혼들이 추수감사절에 묘지에 차려진 그의 칠면조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마음만 있고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정성을 다하는 마음, 말 한마디도 가볍게 듣지 않는, 즉 경청하는 사람이 그것을 실천할 때 인연법에 따라 무형의 복 통장을 받는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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