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의 진앙' 그리스를 가다] (2) "유로존 탈퇴하면 그리스 생존 가능성 더 낮아진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했다고 미국 연방정부가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 유럽외교정치연구소(ELIAMEP) 연구위원(사진)은 유로존 해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테네국립대에서 국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의 생존 가능성을 더 낮추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카치카스 연구위원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유럽연합(EU)이 출범한 뒤 유럽은 이제 한 국가처럼 됐다"며 "연방국가인 미국을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 가입이 현재의 그리스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유로존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위험이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해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신속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카치카스 연구위원은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 구조가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과 채권 보유국인 프랑스 독일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위기가 남유럽 지역에 집중됐지만 그중에서도 그리스의 회복이 가장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카치카스 연구위원은 "스페인 이탈리아는 내수 시장이 커 외부 경기에 덜 민감할 수 있으나 그리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그리스는 섬이 많아 통신 및 교통 관련 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고 국경선이 길어 국방비 지출도 크다"고 말했다.

카치카스 연구위원은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 임기가 2년 남았지만 최근 민심을 많이 잃어 9월께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면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경제 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카치카스 연구위원은 한국 정치권이 대선에 대비해 최근 경쟁적으로 복지 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 "그리스는 복지를 이용해 자기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됐다"며 "한국 정치인들이 복지 정책을 쓰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복지 대상과 지출을 정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테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