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가족 퇴진 서명운동
여의도순복음교회(사진) 신자들이 교회와 관련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신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1958년 교회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교회 장로회 소속 장로 400여명은 지난 24일 서명 취지문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은 (재)사랑과행복나눔에 헌금 500억원을 출연한 사실상의 설립자로서,최근 재단의 파행 운영을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조 목사 가족과 이들을 따르는 인사들에게 재단 이사장,임원 등 모든 직책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랑과행복나눔 재단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 목사의 제2기 사역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구제사역을 펼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공익법인으로,조 목사 외 그 누구도 재단 이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목사는 사랑과행복나눔 재단의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교회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당초 교회의 재단 설립 목적에 따라 공정하게 재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로들에 이어 지역장과 구역장들은 25일부터 일반 성도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도들의 서명을 받은 다음 조 목사에게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성도들이 요구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계 기관에 진정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과행복나눔은 지난달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인 조 목사를 총재로 추대하고 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김창대 이사를 공동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교회 장로들로 구성된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는 지난 4월 조 목사와 가족의 교회 내 역할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김 총장이 무상으로 사용해온 여의도 CCMM빌딩 사무실을 환수하기로 하는 등 5개 항을 의결했다.

그러나 조 목사 가족이 당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조 목사 가족과 교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조 목사가 이영훈 담임목사에게 "장로들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가면 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따로 시작할 작정"이라고 쓴 친필 메모가 공개되는 등 조 목사 가족과 교회 간 마찰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조 목사 가족과 순복음교회 장로회 간의 문제를 넘어 순복음교회를 둘러싼 다양한 파벌 및 집단 간 이해 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어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