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후 4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동의안 처리 시기를 둘러싼 여야 간 의견차로 또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한 · 미 FTA 비준안을 미국보다 선(先)처리하느냐,후(後)처리하느냐를 놓고 당정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연되고 있는 미 의회 일정과 상관없이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서두를 필요없다"며 맞서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일정상 미 의회가 다음달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며 "9월 회기 내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국회도 8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임위 통과는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미 추가 협상까지 타결된 데다 양국이 목표로 세운 내년 1월 협정 발효를 위해선 내달 비준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최근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한 · 미 FTA 비준안은 8월 중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정해진 국회 일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미국과의 재(再)재협상까지 주장하며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협상에 매달리는 미 의회가 한 · 미 FTA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놓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비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양국 국회(의회) 간 비준안 처리절차의 차이를 감안할 때 한국 국회가 비준안 처리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준안 처리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한국 국회와 달리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FTA 이행법안을 제출하면 90일(회기일 기준)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또 미국은 FTA 이행법안 안에 관련 법률개정안이 포함돼 있어 한국처럼 협정 이행을 위한 추가 법률 제 · 개정 절차가 필요없다. 미국이 그동안 맺은 FTA를 보더라도 행정부가 의회에 이행법안을 제출한 날로부터 최장 68일 이내(미 · 페루 FTA)에 상 · 하원 표결로 비준안이 모두 처리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