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93명의 사망자를 낸 노르웨이 테러를 계기로 '하나의 유럽'이 위협받고 있다. 노르웨이 테러가 국제 테러조직이 아니라 극우 인종주의를 신봉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럽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과 다문화주의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을 겪으며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민 문턱을 높여온 유럽 내 움직임이 이번 테러를 계기로 빨라질 전망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세 블랑코 스페인 교통개발부 장관은 노르웨이에서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루마니아인들 중 스페인 회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인 노동자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블랑코 장관은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노동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에선 루마니아 노동자들만 80만명으로,국가 전체 노동력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1%에 달한다. 유럽에선 이번 테러 이전에도 경제위기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이민자 유입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돼왔다.

영국은 지난달 임시 비자를 갖고 영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에겐 영구 거주권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 비자로 입국한 이들에게는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정규 교육을 받을 때만 영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지난 5월 독일과 스웨덴 경계 지역에 50여명의 관료를 배치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과 조직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한 러시아 외교관의 말을 인용,"지난달 솅겐 조약 회원국들은 위급한 상황에선 국경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며 "유럽 내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이 규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솅겐 조약은 1985년 유럽 25개 국가가 비자 없이도 자유롭게 국경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 협약이다.

CNN은 "유럽 경제가 악화되자 솅겐 조약을 반대하는 정치 집단들이 사회 주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핀란드 등의 선거에서 이민자 규제를 주장하는 극우정당들이 약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노동력 이동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경기 회복기에 들어가면 노동력 공급 부족이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