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30%가 넘는 불법 고금리 사채 이자에 대해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키로 한 것은 미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미미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체가 이자율 상한을 넘는 불법 사채이자를 받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이 살인적인 고금리로 서민들을 옥죄는 사채업자들을 적발해 검찰에 넘기더라도 이들이 받는 처벌 수위는 벌금 수백만원이 고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사채업자들은 벌금을 낸 다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고금리 사채업을 계속 한다"며 "몰수라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서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불법 사채업자의 부당이익을 마약 유통수익과 같은 중대 범죄로 분류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몰수'라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에 시행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이후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 등의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만큼 불법 사채업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와 법무부가 몰수 근거를 만든다는 원칙에는 사실상 합의했다"며 "다만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몰수한 부당이익을 피해자들에게 일부 돌려줄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이자제한법에 따르면 개인 간의 거래나 미등록 대부업체의 연간 최고 이자율은 3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불법 대부업체의 연간 이자율은 평균 21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