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하루빨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주이소.부산저축은행에서 3개월째 농성하면서 우울증과 화병이 안 걸린 사람이 없습니더."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은 25일 부산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한 18명의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와 가진 간담회에서 "은행의 부실을 막지 못한 금융당국과 회계사 변호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국회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옥주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의 부도는 부채가 845억원으로 평가됐지만 실제로는 5000억원이 넘은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해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금융위기를 넘기기 위해 저축은행의 자산평가를 조작,관리하면서 관리감독까지 허술하게 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을 처벌하고 돈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른 한 피해자는 "30년 이상 평생 하루도 쉬지 않고 바다에서 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저축했는데 알거지가 됐다"며 "정부가 허가해준 저축은행이 이렇게 허술하게 회사의 신뢰도 등 성적표를 조작하거나 탈법적으로 현황을 제시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방치할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들은 원천적으로 저축은행 부실은 금융당국의 책임이라며 후순위채권 투자자와 예금 보장 한도인 5000만원 초과 예금주를 구분하지 말고 피해를 전액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여야 의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당국이 제대로 금융시장을 관리하지 못해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아야 하는 만큼 피해를 모두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대전저축은행을 부산저축은행에 넘기지 말고 영업정지 후 폐쇄 조치해야 하는데 정부가 나서 부산저축은행에 부실한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게 한 데 있다"며 "무리한 인수를 추진한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도 "청와대의 정책적 방조와 금융당국의 정책 및 감독의 실패 등으로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만큼 정부 차원의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저축은행 운영이 불법적으로 운영된 만큼 피해자들에 대해 완전한 수준에서 피해를 선보상한 뒤 저축은행의 은닉재산 등을 찾아내 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