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를 3000만원 중반이나 4000만원 초반에 살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장만하시죠."

25일 서울 강남의 BMW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는 "3시리즈는 연말에 단종된 후 내년에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는데 이를 앞두고 대폭 할인해주는 것"이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할부프로그램을 이용해 850만원 할인을 받으면 할부 이자를 많이 내지 않느냐"고 묻자 "할부금은 6개월 정도 지나 중도상환 수수료 1%만 내고 한번에 갚으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지금 계약서를 쓰면 선팅과 블랙박스 장착도 해주겠다"며 추가 혜택도 제안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가격 할인으로 판매전략을 바꾸고 있다. 수입차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팀장은 "많이 팔면 적게 남겨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높은 마진 대신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면서 가격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 "가격 내리고 많이 팔자"

BMW 다음으로 할인폭이 큰 브랜드는 렉서스 ES350이다. 5990만원,5550만원짜리 두 모델 모두 500만원씩 할인을 내걸었다. 한 딜러는 "판매 실적이 저조해 큰 폭으로 할인해주는 것"이라며 "선팅과 블랙박스 등 추가 혜택도 있다"고 제안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 엘레강스'(6870만원)도 7%(437만원) 깎아준다. 벤츠 딜러는 "이달까지 선수금 40%를 내면 60%는 무이자 24개월 할부도 해준다"고 설명하면서 "정말 구매할 의향이 있으면 비공식적으로 추가 2%(130만원) 할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CC 2.0 TDI 블루모션'(5190만원)은 250만원 할인에 150만원 추가 할인까지 총 400만원(8%)을 깎아준다.

이들과 경쟁하는 아우디 딜러도 'A4 2.0 TFSI 콰트로'(4920만원,5380만원)에 대해 8% 할인과 추가 2~3% 할인을 제안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BMW와 벤츠,아우디 등 고급 브랜드들은 기본적으로 마진이 높게 책정돼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이어 한 · 미 FTA 발효 이후에는 수입차 업체간 가격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마진이 좀 줄어들더라도 지금 시장을 선점하고 많이 팔아보자는 '박리다매' 셈법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이자 할부 등 추가 혜택

일반 수입차들도 차값의 7~10%까지 깎아주고 있다. 포드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퓨전 2.5(3570만원)는 지난 5월 국내 출시 후 두 달 만에 판매가격이 3200만원으로 370만원 떨어졌다.

푸조 딜러는 푸조308(3390만원)에 대해 200만원 할인을 제시하며 "다음달 이 모델이 살짝 페이스리프트를 하면서 가격을 100만~150만원 인상할 예정"이라며 "모델 변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달 안에 구매하면 300만원 이상을 절약하는 셈"이라고 했다.

딜러들은 전시장으로 전화해 가격을 문의하면 먼저 공식적인 프로모션 가격을 제시했다. 이후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주면 딜러가 휴대폰으로 전화해 추가 할인금액을 제시해왔다.

한 딜러는 "개인적인 할인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통화하거나 직접 만나서 제안한다"고 귀띔했다.

업체마다 할인폭이 커지면서 마진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입차 딜러는 "할인폭이 커지면서 60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팔아도 딜러에게 남는 건 30만원 정도"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딜러사 사장은 "경쟁 브랜드와의 실적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수입사와 약속한 판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차값을 내려서라도 팔아야 한다"며 "요즘은 직원 월급과 전시장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