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공석…전경련 "적임자 나오면 채울 것"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의 갈등으로 물러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원장 자리가 석 달이 지나도록 채워지지 않고 있다.

26일 한경연 등에 따르면 김영용 한경연 전임 원장은 예산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라는 전경련의 요구에 반발하면서 올해 4월14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원장이 사임하고 한 달이 지난 5월13일 한경연은 총회를 열고 지난해보다 20억 원가량 줄어든 83억원으로 책정된 예산안과 사업계획 등을 확정했다.

한경연은 또 전경련 회장과 한경연 원장이 맡은 한경연 대표이사에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추가했다.

예산 삭감에 따라 전경련은 지난달 한경연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등의 신청을 받아 현재 구조조정 절차가 거의 마무리됐다.

한경연의 예산 상당 부분이 연구인력의 임금에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예산 삭감이 인원 감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경연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지만 수장인 원장 자리는 석 달이 넘도록 공석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과 한경연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해 8월 한경연이 홈페이지에 현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 칼럼을 실으면서 삐걱거렸다.

당시 전경련이 제주 하계 포럼 개막사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듯한 표현을 담아 파문을 일으킨 뒤 진화에 열을 올리는 시점에서 나온 칼럼이라서 주목을 끌었다.

한경연은 "한 교수의 주장일 뿐 연구원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때부터 전경련이 한경연을 '컨트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정 상근부회장의 한경연 대표 겸직 결정이 났을 때 전경련이 한경연을 예속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과 함께 한경연의 자율성과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었다.

한경연은 전경련의 유관기관으로 재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두 기관은 각각 독립된 사단법인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경련은 500여개의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며, 회원사 가운데 역할이 큰 130여곳이 별도의 회비를 내 한경연을 운영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늘어난 한경연의 예산을 재작년 수준으로 맞춘 것이고 원장 자리도 적임자가 나타나는 대로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