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출점을 둘러싼 대형마트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건축 인 · 허가를 받아 건립 중이거나 완공을 앞둔 점포의 개설 등록을 지자체가 중소상인 보호와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조례 시행 등을 이유로 반려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의정부역사㈜는 최근 의정부시를 상대로 경기도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총 33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의정부 민자역사에 대한 백화점과 이마트에 대한 개설 등록 신청을 지난 3월 의정부시가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청구사유다.

신세계는 유통법 관련 조례 제정이 시의회에서 논의되던 지난 2월 중순께 개설 등록을 신청했고,시는 처리 시한인 20일을 꽉 채운 3월7일 "백화점과 할인점을 구분해 다시 신청하라"며 등록을 반려했다. 이후 의정부역사 일대는 조례 공표 절차를 거쳐 지자체가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 신규 점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전통상업보전구역으로 지정됐다. 의정부역사는 이마트 입점을 결사 반대하는 제일시장에서 300m 떨어져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가 제일시장 눈치를 보느라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등록을 계속 늦추다 반려한 것"이라며 "의정부역사 건립방안은 10년 전부터 시와 협의해 왔고 2006년 할인점으로 건축허가도 받은 사항이어서 할인점 구분 등록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도 서울 미아동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 내 입점 문제로 강북구청과 법적 소송에 휘말려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개점할 예정이던 삼양점의 인력 채용과 집기 설치작업을 모두 마쳤지만,구청에서 건축주의 입점 상인 대책 미비를 이유로 개설 등록을 계속 반려해 점포를 열지 못하고 있다. 삼양점은 수유시장에서 600m 거리에 있어 유통법 규제 조례가 확대 · 시행되면 개점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정률이 87%가량인 인천 숭의동 숭의운동장 개발사업은 운동장 건물 내 홈플러스 점포 개설 등록을 인천 남구청이 평화시장 등 인근 재래시장 보호를 이유로 반려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행사인 에이파크개발 측은 개설 등록 불허로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335억원)를 받지 못하면 나머지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남구청이 최근 무조건적 불허 원칙에서 인근 상인과 상생협력안을 도출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협상안이 언제 타결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통상업보전구역을 재래시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1㎞ 이내로 확대한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했다. 각 지자체는 조례 개정을 거쳐 이번 규제 내용을 올 하반기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어서 대형마트와 지자체 간 충돌은 더 빈발할 전망이다.

전통보전구역 대상 지역에 대형마트가 이미 부지 매입과 분양 등을 통해 부지를 확보했거나 공사 중인 점포가 이마트 9곳,홈플러스 9곳,롯데마트 12곳 등 모두 30곳에 달한다.

한 대형마트 고위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 이전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해 부지를 확보했고 지자체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건립 중인 점포들도 많다"며 "상생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마냥 손해를 볼 수만은 없어 지역별로 사업 진행을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