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한도 증액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이러한 대외 변수가 외국인의 매매 태도를 결정짓고 시장을 좌우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갖기로 하자 주요 수급주체들은 장 초반부터 관망세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 연설이 부채 협상 합의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자 한때 실망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초점]불안감 휩싸인 증시, 희망의 근거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미국에서도 느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나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증가하고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감소하고 있다.

미 부채한도 상향 합의 실패에도 금값과 엔화는 급변동하지 않았다. 유럽 금융시장도 그리스 우려 완화로 유로화는 급락을 멈췄고 주가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 악재로 해석될 수 있는 재료에 해외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리스크가 확대 됐을 당시가 저점이었다는 경험을 감안하면 위험자산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내부적으로도 투자심리는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199억원이 순유입됐다. 사흘만에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때 증권 업종의 성과가 좋은데 최근 증권주는 코스피지수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지수 상승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안주로 중소형주가 떠오른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을 경우 중소형주의 강세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양호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변수의 불투명성이 주식시장의 시야를 가리고 있지만 중소형주를 둘러싼 환경은 유리하다"며 "대형주의 이익 전망치 흐름에 비해 중소형주들의 경우 실적 모멘텀(동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 레벨업이 가능하고 가격 메리트까지 있는 내구소비재와 전기장비, 통신장비, IT서비스, 건축자재, 디스플레이 업종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외 지표 개선의 신호가 뚜렷하지 않고 국내 경기선행지수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향후 주도주가 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과 내수 업종 중심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