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 실적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규모 국가부채 문제에 미약한 경기회복까지 미국 경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미국 기업들은 해외 사업 호조로 '어닝 서프라이즈'급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122개 기업의 올해 2분기 주당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S&P500 기업들의 2분기 주당 순익 증가율은 당초 전망치(13%)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애플과 코카콜라를 비롯한 조사 대상 기업의 82%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중동지역 정정불안,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미국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등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 실적이 날개를 단 것과 대조적으로 각종 미국 경기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실업률은 9.2%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실업자는 42만8000명으로 3개월 연속 4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5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 전년 동월 대비 4.51%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P500 기업의 실적이 4년래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 미국 경제 개선으로 연결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대형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 사업을 실적 개선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2분기 미국에서 이익이 전년 대비 3.4% 감소했지만 해외 부문 호조로 이익이 23% 증가했다. 미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미국 내에서 290만명을 감원한 반면 해외에서 240만명가량 고용을 늘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