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수주들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화 강세와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 의지, 하반기 중국 긴축 완화에 따른 내수시장 성장 기대 등이 내수주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진단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내수 업종군 지수 수익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2.37%) 수익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기계(13.67%), 의약품(12.59%), 음식료(10.26%), 건설(9.48%), 유통(6.71%), 섬유의복(6.01%) 등이 호조를 보였다. 이날도 오후 2시30분 기준 남양유업, LG패션, CJ제일제당 등 내수주들의 52주 신고가 경신이 눈에 띈다.

반면 상반기 주도업종이었던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등 수출주는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은 2.58% 밀렸고, 전기전자(0.89%), 화학(1.70%)도 코스피지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50원선을 위협받는 등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 긴축 완화와 이로 인한 소비시장 확대 기대가 내수주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에겐 채산성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내수기업의 경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간주된다. 원재료 가격 하락, 환율 절상에 따른 지출능력 확대를 이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2분기 거시경제 부진에 따른 주도주의 실적 예상치 하회와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주도주 이완과 내수주 관심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 또한 내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및 유럽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포함한 이머징(신흥국)이 건재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무역흑자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는 원·달러 환율하락 압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재은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대세적으로 하락한 2001년부터 2007년 동안 기계, 보험, 생활용품, 유통, 증권 등 내수주의 수익률이 시장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전망이 반영되면서 최근 내수 업종의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근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주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유가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고, 기관은 매수 우위를 나타내는 등 수급이 불균형 구조를 이뤘다"면서도 "건설, 소비자 서비스, 미디어, 유통, 음식료 및 담배, 은행, 기타금융 등 내수 업종에 대해선 기관, 외국인이 함께 순매수를 기록했고, 이들 업종은 지난주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고 풀이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세가 공통으로 유입되고 있는 업종으론 유통, 철강금속 등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외국인은 금융(1조4563억원 순매수), 운수장비(5919억원) 유통(1834억원), 은행(1058억원), 증권(1055억원), 철강금속(731억원), 음식료(707억원), 의약품(300억원) 업종에 대해 매수 우위 기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기관은 철강금속(4971억원), 기계(4186억원), 유통(2918억원), 화학(2200억원), 건설(2165억원), 보험(1857억원) 업종 등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긍정적인 모멘텀과 수급 개선을 고려하면 이후에도 내수주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물가 관계 장관회의 등 물가 급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의지가 단기적인 대응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원화 강세 기조가 인플레이션 억제 필요성과도 맞물릴 수 있는 시기란 점 등에 비춰 증권, 보험 및 내수 소매주들에 대한 트레이딩 대응이 유효하다"고 권했다.

김재은 애널리스트는 "이후 원·달러 환율 뿐만 아니라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엔 환율도 떨어져 수출 기업에게는 고환율 효과가 점차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 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