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대체거래시스템) 도입 확정으로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던 주식 유통시장에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더 싸고 빠른 서비스가 기대된다.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복수거래소 출범을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ATS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와 과제, 증권사들의 준비 상황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금융위원회는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현행 '거래소 법정설립주의' 대신에 '대체거래시스템(ATS) 및 거래소 허가제'를 도입하고, '금융투자상품거래 청산업'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유통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을 촉진하고, 장외거래의 결제불이행 위험 등을 축소하기 위해 자본시장 인프라를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개혁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ATS 사업을 위한 일종의 '규제 허들'인 최저 자기자본은 500억원이 유력하나 향후 시행령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ATS의 매매체결 대상은 우선 상장주권이며, 이후 채권 등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또 1인당 ATS의 주식보유한도는 15%로 결정됐다. 다만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3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ATS는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자본시장의 인프라 중 하나"라며 "특정인의 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1인당 ATS의 지분보유 한도를 15%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외파생상품의 중앙청산소(CCP)도 설립된다. 청산업 인가제를 도입해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청산서비스(장외파생상품, 증권대차, RP 등)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해당 거래의 채무불이행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장외파생거래는 청산회사를 통한 청산을 의무화할 것"이라며 "이번 법률 개정이 되면 청산의무거래 대상인 장외파생상품 CCP는 한국거래소에 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0.0001초 속도 전쟁 시작

정부가 고심 끝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ATS는 속도는 더 빠르고 거래 수수료는 보다 저렴할 전망이다. 주식 유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경쟁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해서다.

한국거래소의 현재 체결속도는 0.04초로 싱가포르거래소(SGX)의 0.00009초(연내 도입 예정)나 런던증권거래소(LSE) 0.0013초 등 선진 시장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편이다. ATS가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증권사들이 ELW(주식워런트증권) 전용선을 제공하면서까지 스캘퍼에 특혜를 준 것도 바로 속도 때문이었다. 속도가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방증한 사례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전문 투자가들은 대응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속도에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거래소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2013년까지 0.0001초로 단축하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ATS가 도입되면 이러한 속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거래 수수료도 경쟁 체제에서는 더 싸질 수밖에 없다. ATS는 정규 거래소의 상장, 공시, 시장감시 등과 같은 기능이 없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ATS와 경쟁하기 위해 정규 거래소들이 시스템 속도, 부대 서비스는 물론 수수료 체계까지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 NYSE(뉴욕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의 경우 ATS 활성화 이후 2008년 고빈도 거래에 대해 30% 수수료 인하 체계를 도입했다. 2009년에부터는 모든 브로커에 수수료 환급 정책도 썼다. LSE는 지난해부터 대형 주문 유동성 공급자에 수수료를 아예 면제해주고 있다.

매수ㆍ매도 호가를 보다 촘촘하게 하는 것도 ATS가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이다. 예컨대 현재 한국거래소 시스템 아래서는 85만원 내외인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호가를 1000원 단위를 입력할 수 있지만, ATS에선 500원 단위로 더 쪼갤수도 있다. 이 경우 거래가 더 유발되는 효과가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관건'

다만 이러한 ATS 도입에 따른 혜택은 일반 투자자가 단기간에 체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수로만 해도 현재 한국거래소는 1000만원당 329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ATS가 이보다 10% 싼 수수료를 제시하고, 이를 시중 증권사들이 고스란히 반영한다 가정해도 1000만원에 약 33원이 싸지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ATS 도입을 경계하는 한국거래소는 사실상 ATS 도입에 따른 혜택은 일반 투자자가 거의 느끼지 못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채남기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장은 "ATS가 얼마나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할인이나 더 빠른 속도 등은 일반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닿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인형 실장은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짜서 주식을 매매하는 기관투자자나 고빈도매매를 하는 전문 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