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도 고통 분담에 동참시켜라."(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지수표만 요구하지 마라."(존 베이너 하원의장)

다음달 2일인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8일의 시한을 남겨놓은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치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현 상태로는 미국채 등급이 AAA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부채한도의 일괄증액을 거듭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즉각 성명을 발표,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등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면서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베이너 의장은 2단계 부채한도 증액안을 내놨다. 1단계로 정부가 올해 말까지 지출을 1조2000억달러 삭감하면 의회가 올해 말까지 부채한도(현재 1조2940억달러)를 9000억달러 증액해주겠다고 제시했다. 2단계는 이후 사회보장비 삭감을 통해 1조6000억달러를 추가 삭감하면 내년 말까지 이에 상응하는 추가 증액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이 제시한 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은 10년간 새로운 세금 인상 없이 지출을 2조7000억달러 삭감하고 내년 말까지 적용할 부채한도를 일시에 2조4000억달러 증액하자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부채한도를 늘리는 방법론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균형 잡힌 해법이 필요한데 공화당은 지출(노인들과 서민을 위한 사회복지비) 삭감만 요구하느냐"고 공격했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출을 위해 6개월 전에도 백지수표를 요구하더니 오늘도 백지수표를 요구했다"며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